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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새 학기 끝났는데도 광주서 중고 교복이 잘 팔리는 이유[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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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진월동 교복나눔공유센터에서 직원이 중고 교복 치수를 확인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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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입을 수도 없는데 비싸기만 한 새 교복을 뭐 하러 삽니까.”

지난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진월동 교복나눔공유센터을 찾은 학부모 A씨(38)는 잘 다려진 교복 한벌을 집어들었다. 아이의 덩치가 커져 새 교복을 구매해야 할지 고민하던 A씨는 이곳에서 꼭 맞는 치수의 중고 교복을 찾았다.

이날 오전 상·하의 4벌의 교복이 팔렸다. 맞는 치수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학부모도 2명 있었다.

광주지역에서 ‘중고 교복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 새학기 직전 ‘반짝 인기’를 끌었던 예년과 달리 학기 중에도 중고 교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17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남구에서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교복나눔공유센터는 올해들어 지난 1일까지 365벌의 교복을 팔았다. 그동안 1년에 평균 500벌 안팎이 팔렸는데 올해는 여름 교복을 팔기 전인데도 예년 판매량의 73%를 달성했다.

광주 북구와 새마을회가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상설교복나눔장터’에도 중고 교복을 찾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올해 팔린 교복은 1170벌로 지난해 전체 판매량(1200벌)과 맞먹는다.

중고 교복 가게 관계자는 “중고 교복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1~2월, 7~8월에 판매가 집중된다”면서 “ 하지만 올해는 학기 중에도 매일 3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광주지역의 중고 교복의 인기는 지속되는 고물가와 ‘교복 담합’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가게는 기증받은 교복을 1000~5000원에 판매한다. 새 교복을 구입하려면 최소 25만원에서 30만원을 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1만원 정도면 교복 한벌을 장만할 수 있다.

경향신문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에 있는 교복나눔장터에 중고 교복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고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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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업자들에 대한 불신도 한 몫했다. 지난해 광주에서는 교복 납품 업자 29명이 3년간 담합을 통해 한벌 당 6만원 이상 비싸게 교복을 판매하다 적발됐다.

이 사건 이후 일선 학교에서는 새 교복을 구매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광주시교육청의 교복 공동구매 입찰 상황을 보면 광주 중·고교 144곳 중 올해 교복입찰을 낸 학교는 27곳에 불과하다.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은 학교들은 신입생에게 자율 복장을 허용하고 있다. 재학생들 역시 체육복이나 바지 등 교복의 일부만 입어도 된다.

교복 자율화를 검토 중인 학교도 있다. 광산구와 남구 지역 5개 학교는 교복 전면 자율화를 학부모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 교복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서구와 동구, 광산구도 ‘교복 나눔가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들이 계속 교복 공동구매에 참여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담합 사건이 교복에 대한 인식을 바뀌고 중고 교복 나눔 문화를 정착하게 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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