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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민심 듣겠다며 ‘매머드급’ 법률수석실 신설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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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명 구성…민정수석실 부활하는 셈 ‘대선 공약 파기’

레임덕 대비 사정정국 조성 해석…일각선 “특검 방어용”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여당 참패 이후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 신설할 경우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대선 공약 파기다.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 돌파를 위해 각종 수사로 사정정국을 조성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 등 각종 특검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총선을 계기로 법률수석(가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심을 청취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많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법률수석이 신설될 경우 현재 비서실장 산하로 되어 있는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법률수석 산하로 옮겨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민정비서관실과 반부패비서관실을 추가해 법률수석 산하에 총 4개 비서관실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은 시민사회와 소통하겠다며 시민사회수석실을 신설했는데 시민사회수석은 폐지되고 산하에 있는 사회통합, 시민소통, 국민공감비서관 역시 법률수석실 산하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법률비서관실은 30명 안팎의 4개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대통령실에 가장 인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직기강비서관실도 법률비서관실과 비슷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법률수석실이 설치되면 스태프가 최대 100여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수석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대 법률수석으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여기서(금감원에서) 일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법률수석실 신설 검토를 두고 윤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했던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도 민심 동향 파악,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을 담당하는 민정비서관, 고위공직자 감찰 등을 담당하는 반부패비서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및 복무 동향을 점검하는 공직기강비서관, 대통령 법률 자문 업무를 하는 법무비서관 등 4개 비서관실로 구성되어 유사한 구조였다.

민심 청취 기능 강화를 위해 법률수석실을 신설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역대 대부분의 정부에서 민정수석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각종 수사와 감사, 감찰을 사실상 지휘해왔다. 불법적인 뒷조사로 정적을 통제하는 전례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국정원을 통해 진보 성향 교육감을 불법 사찰하는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우병우 전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사정기관 통제를 통해 ‘레임덕’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검사 출신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국 여야 의원들 견제용”이라며 “이제 여당도 윤 대통령 말을 안 들을 텐데, 과거 특수부 수사하듯 약점을 잡아 딜(deal) 쳐서 통제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법률수석실 신설을 계기로 전 정권이나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정정국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률수석실이 해병대 채 상병, 김건희 여사 등 각종 특검에 대비하는 ‘용산로펌’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에서 “일단 영부인에 대한 특검부터 시작해서 이런 것들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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