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아이 7명 숨져…가자 휴전 절실한데, 서방은 이란·이스라엘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직접 공격 뒤 중동 갈등에 대한 초점이 이동하며 가자지구 전쟁 휴전에 대한 관심이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CNN 방송을 보면 16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알마가지 난민촌이 공습을 받아 어린이 7명을 포함해 적어도 13명이 숨졌다. 방송은 알마가지 난민촌에 거주하는 목격자 니하드 오우데탈라가 이날 오후 3시40분께 폭발음을 들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공습 피해자가 몰린 중부 알아크사 병원 내부에서 촬영한 영상을 통해 어린이를 포함해 사상자들이 응급실로 계속해서 이송됐고 영안실에선 가족들이 어린 자녀의 죽음에 비통해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주민 파트메 이사는 어린 소년의 피투성이 얼굴이 드러난 흰 주검 가방을 보고 "내 아들"이라고 방송에 확인했다. 울면서 어린 딸의 주검을 받아 든 한 남성은 방송에 "내 장녀다. 이름은 루자인이고 아홉 살이다. 아이들은 거리에서 놀던 중에 공습을 당했다. 이 애들은 그저 어린이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CNN은 관련해 이스라엘군(IDF)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이 이스라엘군 전차가 북부로 재진입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주민들과 하마스 쪽 언론이 북부 베이트 하눈 및 자발리아 지역의 인터넷이 중단됐고 난민들이 피신 중인 학교가 포위됐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통신에 "점령군(이스라엘군) 병사들이 전차가 진격해 온 학교와 인근 가정집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 군인들이 많은 남성들을 구금했다"고 말했다. 통신은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이 북부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물린 뒤 되돌아왔던 많은 가족들이 공습 뒤 다시 북부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초 북부에 공습과 지상작전을 집중했지만 올해 초 목표가 달성됐다고 보고 칸유니스 등 남부로 초점을 옮겼다. 그러나 지난달 북부 알시파 병원에 하마스가 다시 나타났다며 4달 만에 재진입하는 등 최근 북부 특정 지역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고 있다.

<로이터>는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이 이스라엘군이 16일 자정 직전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주택 한 채를 폭격해 어린이를 포함해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16일 중부 알누세이라트 난민촌 주민들도 이스라엘 폭격으로 주거용 다층 건물 4채가 부서졌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인용한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3만 3797명이 죽고 7만 6465명이 다쳤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선 지난 12일 라말라 인근에서 14살 이스라엘 소년 한 명이 실종된 뒤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주민들의 폭력이 이어지며 팔레스타인인 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영국 BBC 방송이 팔레스타인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 쪽은 13일 주검으로 발견된 소년에 대한 초기 조사에서 해당 소년이 팔레스타인 테러범에 살해된 것으로 봤다.

15일 나온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성명과 BBC를 종합하면 소년의 주검이 발견되기 전인 12일 이미 수십 명의 무장한 정착민들이 소년이 실종된 장소 인근 무가이르 마을을 습격해 25살 팔레스타인 남성에 총을 쏴 죽였고 13일엔 중부 베이틴에서 17살 소년이 이스라엘 보안군(ISF)과 동행한 정착민들과 대치하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

15일엔 수십 명의 정착민들이 중부 아크라바 마을을 공격해 30살, 21살 팔레스타인 남성 두 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정착민들의 방화로 주말 무가이르에서만 주택 등 100채, 차량 32대가 불에 탔다.

서안지구 폭력을 감시하는 이스라엘 인권단체 예쉬딘은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보안군이 서안지구 데이르 도브완 지역을 공격한 정착민들이 민간 차량에 불을 붙이는 것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방치했다고 영상을 통해 폭로하기도 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성명에서 "이스라엘보안군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정착민 공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을 즉시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까지 가자지구 전쟁 휴전과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에 쏠려 있던 서방의 관심은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 쪽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성명을 통해 며칠 내로 이란에 새 제재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제재에는 이란의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프로그램, 이란혁명수비대(IRGC) 및 이란 국방부를 지원하는 단체에 대한 추가 조치가 포함될 예정인 가운데 설리번 보좌관은 "동맹과 파트너들이 곧 자체 제재로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도 16일 긴급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통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했다.

가자지구 휴전, 인도적 지원, 전후 통치 체제에 대한 이견으로 서방 동맹국 사이에서 고립됐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공격으로 동맹국들이 이스라엘 방어에 나서며 잠시 숨을 돌렸다.

BBC 국제 편집자 제레미 보웬은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첫 직접 공격으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구명줄이 제공됐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에 민간인 보호 등의 조건을 붙였던 미국과 서방의 목소리가 "연대"로 대체됐다고 분석했다. 또 가자지구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며 네타냐후 총리가 "새 정치적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웬은 그러나 네타냐후 연정에 포함돼 있는 극우가 이란에 대한 강경 보복을 요구하는 등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정부는 적에 맞서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 노력한 동맹국의 바람을 또다시 무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등 동맹국은 확전 방지를 위해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이달 초 시리아 다마스쿠스 내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13일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란은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더 강하게 보복하겠다고 경고해 확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16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아직 이란에 대한 대응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이스라엘군에서 보복을 시사하는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6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공격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며 이란이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관련해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1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여성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주검(사진에 나타나 있지 않음) 옆에서 울부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