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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오랜만이다, 기념으로 찰칵!” 요즘 귀해진 유리병 콜라…이게 친환경이라고?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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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네이버 블로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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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TV 광고 속 북극곰은 유리병 콜라를 마셨습니다”

환경단체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던 유리병을 끄집어냈다. 일회용 플라스틱 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유리병의 자리를 대체한 플라스틱 병은 한번 사용하고 나서는 버린다. 그에 비해 유리병은 잘 걷어 잘 헹구기만 하면 계속 다시 쓸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려면 일회용 플라스틱 병을 재사용할 수 있는 유리병으로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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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언제나 코카-콜라(Always Coca‑Cola)’ 광고 캠페인 속 북극곰이 유리병에 든 콜라를 쥐고 있다. [코카콜라 홈페이지]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는 17일 서울 종로구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카콜라는 현재 빈 병 보증금제를 통해 재사용되고 있으나 일회용 캔과 페트병에 밀려 사라지는 추세”라며 재사용할 수 있는 유리병을 적극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재활용은 플라스틱의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 재활용은 우리에게 계속 소비해도 괜찮다는 프레임을 씌운다”며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논의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재사용”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병도 버린 다음에 재활용을 하면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추가로 에너지가 쓰이고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이다.

이에 재활용보다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데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사용이 꼽힌다. 오는 23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국제플라스틱협약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에서도 재사용 체계 구축이 주요 의제로 다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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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재사용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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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리병은 재사용 시스템 구축에 가장 좋은 소재로 평가된다. 한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캔, 종이와 비교하면 탄소배출량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에서는 유리병 등을 통한 재사용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19년 포장재법을 발효하고, 2022년까지 모든 음료 용기에 70% 재사용 목표를 규정했다. 그러자 코카콜라도 유리병 재사용 인프라에 4000만유로(약 560억원) 이상 투자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코카콜라 사는 2018년 브라질에서 재사용 용기 콜라를 출시하고,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 라틴 아메리카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 용기들은 평균 25번이나 사용됐다. 일회용 플라스틱 병과 비교하면 플라스틱 사용량의 90%, 물 소비량의 45%, 온실가스 배출량 47%를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이처럼 재사용 병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글로벌 코카콜라 사는 2030년까지 자사 음료 제품의 최소 25%를 재사용 병으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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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에 든 콜라 판매처를 문의하는 게시물들. [구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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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정을 보면 코카콜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술을 제외하고는 유리병에 담긴 음료를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유리재사용시민연대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주류를 제외할 경우 조사된 유리병 중 재사용률은 9.1%에 불과했다.

손세라 리루프(Reloop) 연구원은 “어릴 때는 식당에 가서 음료수를 시키면, 콜라, 사이다, 환타가 재사용 유리병에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식당에서도 희귀해졌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리병 콜라를 파는 곳을 수소문하는 글이 올라올 정도”라고 말했다.

유독 국내에서만 유리병이 북극곰처럼 ‘멸종위기종’이 된 이유. 정부와 기업이 재사용 체계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게 유리재사용시민연대의 지적이다. 이들은 플라스틱 배출량 상위 10개 식음료 제조사를 대상으로 재사용 병으로의 전환 계획을 물었으나, 이를 준비하는 기업은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 10개 기업들만 바뀌어도 줄일 수 있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다. 그린피스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플라스틱 배출량 상위 10개 식음료 제조사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23.9%를 차지한다. 이들이 재사용 병을 10%만 늘려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1조 개 이상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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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재사용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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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은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의지만 있다면 금방 되살릴 수 있다. 이미 맥주, 소주 등 대부분의 주류는 유리병으로 유통되고 있다. 회수율도 무려 98%에 달한다. 코카콜라도 주류와 마찬가지로 유리병과 회수 체계를 이미 갖춰뒀다.

비용 면에서도 유리병이 장기적으로는 저렴하다는 분석이다. 주류 유리병의 경우 재사용하면 1병 당 제작원가 80원이 절감된다고 한다. 식당 입장에서도 유리병 재사용 시 음료 단가가 일회용품에 담긴 음료보다 저렴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이제 소주는 유리병이라는 관념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소주 회사들이 페트병 소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환경부는 일회용 페트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재사용 의무 비율 제도를 도입하되 재사용 용기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크게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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