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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우리도 간절한데"…이스라엘 철통 방어에 울분 터진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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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서방 공조 체계에 이란이 쏜 미사일·드론 대부분 격추…
우크라이나, 서방 지원 늦어 비슷한 공중무기 매주 그대로 노출

머니투데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방공망 아이언돔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발사되는 모습이 보인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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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와 안보 위기를 대하는 미국 등 서방의 태도에 우크라이나가 울분을 삭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서방 동맹국이 300대가 넘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99% 막아낸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2년 넘게 같은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러시아의 야간공습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16일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은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막아낸 서방의 공조체계에 비애를 넘어 울분을 느끼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미국과 유럽 동맹국의 지원 수준이 이스라엘 군과 달리 제한적인 데다 그마저 제 때 지원되지 않아 무기 고갈과 누적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서방 및 아랍 연합군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발사한 드론 170대, 탄도미사일 약 120개, 순항미사일 약 30개를 이스라엘 영공에 도달하기도 전 격추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군대가 방어에 개입했고 대부분 요격시켰다. 그러나 매주 비슷한 숫자의 공중 무기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이 공격에 사용된 드론의 대부분을 이란이 설계하고 러시아가 직접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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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가 제공한 사진에 15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모처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오는 5월 9일까지 도네츠크주 핵심 교두보인 차시우야르를 점령할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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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유엔대표부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쏜 미사일은 1000기, 드론 2800기, 유도폭탄도 7000기에 달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방공 무기를 제공해왔지만, 러시아와 직접 대결하진 않고 공급된 무기조차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2년 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후부터 서방에 영공 방어 시스템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검증된 탄도미사일 방어 수단인 최초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시스템(미국·독일)은 지난해 봄에야 도착했다. F-16 전투기도 요청했지만 확전을 우려한 미국은 오랜 기간 거부했다. 훈련 기간을 감안하면 올 여름에야 F-16이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할 수 있다.

전쟁 초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비행 금지 구역 요청을 거부했다. 병참 문제와 함께 러시아 군과 직접 충돌할 위험을 우려해서였다. 또 우크라이나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같은 방공 네트워크를 만들게 돕는 대신 러시아의 공격을 둔화시키는 군사 장비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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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가 제공한 사진에 12일(현지시각) 러시아 무장 헬기 Ka-52가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목표물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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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포함해 서방이 이스라엘만큼 우크라이나 방어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러시아의 핵 때문이다. 서방의 직접 개입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무기를 택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이다. 이란도 며칠내 핵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한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핵무기 제조에 적극적인 상황은 아니다.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승인한 것은 지난 10월이 마지막. 이후 반년 동안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은 심각하게 고갈됐고 러시아는 공군력을 사용해 최전선으로 진격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요충지를 초토화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3월 러시아의 공습에 최소 126명이 죽고 47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전월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이 근본적으로 다른 안보관계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극비 정보를 공유하고 중동 정책을 광범위하게 협력하는 등 미국이 이스라엘보다 긴밀하게 국방 관계를 맺고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서로 방위 조약을 맺진 않았으나 2019년 체결한 협정에 따라 2028년까지 380억달러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아이언 돔 대공 방어 네트워크를 포함한 첨단 군사시스템에서도 긴밀히 협력한다. 이스라엘을 이란 같은 '공공의 적'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 보는 시각과 성지에 대한 통제권만은 이스라엘이 갖길 바라는 기독교계의 희망이 오랜 기간 다져진 결과다.

하르키우 주민 세르히 자이체프는 블룸버그에 "우리는 여전히 미국이 제공한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약간의 슬픔이 있다. 우리에게 제때 도움이 주어졌다면 전선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고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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