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앞둔 '외환시장 개방'…은행권, 딜링룸·인원 확대

외환시장 개방 앞둔 국내 은행권의 준비 상황/그래픽=조수아

오는 7월 국내 외환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은행들이 딜링룸을 확장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한편 해외 지점을 RFI(해외 외국환업무 취급기관)로 등록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시장 개장 시간 확대 등을 포함한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이 오는 7월 정식으로 시행된다. 기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였던 국내 외환시장 개장 시간은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된다. 또 국내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인가받은 RFI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은행권도 외환시장 개방을 앞두고 정비에 나섰다. 과거 외환은행을 흡수합병한 하나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국내 최대 규모 딜링룸을 개관했다. 총 2096㎡(약 634평), 126석의 국내 최대 규모의 딜링룸으로 24시간 365일 운영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됐다.

앞서 지난 3월엔 영국 런던지점을 RFI로 등록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지점도 외국 금융사와 동일하게 '원-달러 현물환', '원-달러 외환스와프 거래' 등 원화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RFI 등록을 해야 한다.

KB국민은행은 국내 은행 중에서 가장 앞선 지난 2월 런던과 싱가포르 지점 두 곳을 RFI로 등록했다. 지난 3월에는 국민은행 싱가포르 지점과 하나은행 런던 지점이 RFI 인가받은 기관 사이에 최초로 달러-원 거래를 체결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지난해부터 오전 2시까지 근무하는 '나이트데스크''를 운영하며 인원을 확충해 개장 시간 확대에 대비하고 나섰다.

국내 은행들이 외환시장 개방 대비를 강화하는 것은 외환시장이 개방되면 대규모 자금이 한국 국채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외환 사업 수수료 등 수익 다각화를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곳은 한국과 인도뿐"이라며 "외환시장 선진화로 WGBI 가입도 수월해지며 국내 투자금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본격적인 야간 거래가 이뤄지는 7월 이후 외국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개방 이후 외환시장 거래량을 검토한 후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중국이 역내 외환시장 거래를 오전 3시로 연장했으나 의미 있는 거래량 변화가 없었던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더한다.

실제 우리은행은 외국 시장 참여자들의 전략을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는 7월 런던지점에 외환(FX) 트레이딩 데스크를 설립하고 관련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국내 본점의 나이트데스크는 공식적인 야간 거래가 이뤄지는 7월 이후 운영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나이트데스크 도입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운영을 검토 중인 단계다. 도입하더라도 실제 운영은 7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런던과 뉴욕지점이 있지만 RFI 등록 계획도 현재까지는 없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인력을 충원하고 RFI 등록에 나서는 등 시스템 구축에는 큰 비용이 뒤따라온다"라며 "외국 금융사의 시장 참여가 어느 정도이고 어떤 전략으로 들어오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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