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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재탕삼탕 공약에 자영업자 '냉가슴' [공약 공염불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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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정치인은 설거철만 되면 시장을 찾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역대 총선 공약집을 보면 자영업자의 사정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약속들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자영업자들이 갈수록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공약을 지키지 않아서다.

[※참고: 22대 4·10 총선에서 가장 어린 유권자는 2006년 4월 11일생이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 정당은 이들이 첫 선거권을 가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공약을 내걸었고, 또 얼마나 지켰을까. 답을 찾기 위해 더스쿠프는 '22대 총선 특집: 공약의 기록' 기준점을 2008년 18대 총선 이후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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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은 선거철마다 자영업자를 위한 공약을 내놨지만 자영업자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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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은 한국경제의 모세혈관과 같다. 올해 2월 자영업자 수는 551만5000명을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 수 2804만3000명의 19.6%를 자영업자가 책임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내수 경기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진다는 건 한국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인지 2008년 한나라당, 2012년 새누리당, 2020년 미래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꾼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총선이 다가오면 자영업자 공약을 빼놓지 않았다. 문제는 20년 가까이 정책을 쏟아냈지만 자영업자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019년 684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2분기 1043조2000억원으로 358조3000억원 증가했다. 3년 만에 52.3%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고금리 국면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철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놨지만 자영업자의 사정은 왜 좋아지지 않은 걸까. 20 08년 공약부터 살펴보자. 당시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자영업자 공약을 발표했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매출액(4800만원 미만)을 높여 자영업자의 세부담을 줄이고, 소상공인 창업 활성화를 위해 5대 광역시에 '소호·포호 창업지원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전통시장에는 매년 2000억원의 현대화 예산을 투입해 1시장 1주차장을 건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지킨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간이과세 기준은 논의만 진행했을 뿐 한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간이과세 기준 매출액을 상향 조정한 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8000만원 미만)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새누리당)에선 공공기관의 직불카드 사용 의무화, 전통시장 전용 택배 담당 사회적기업 육성, 현대식 점포사업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물론 달성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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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공공기관 직불카드의 의무적 사용을 약속한 건 (직불카드의)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인데,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불카드 사용을 의무화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제도화에 실패했다. 나머지 공약 역시 공염불에 그쳤다.

20대 총선에서 내놓은 공약도 다르지 않다. 당시 새누리당은 소상공인지원센터를 250개로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운영 중인 지원센터는 80개에 불과하다. 소상공인 고용보험료 지원 확대 공약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8년 0.32%였던 고용보험 가입률은 2020년 0.54%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6월 기준 가입률은 0.78 %로 여전히 1% 미만에 머물러 있다.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겠다면서 내세운 공약 역시 '절반의 성과'만 냈다. 2018년 10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5년이었던 계약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연장한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국민의힘 계열의 공약 덕분으로 보긴 무리가 있다. 더구나 이 법이 임대료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는지도 의문이다.

서울시 기준 임대료(집합상가)는 2016년 1분기 ㎡당 5만200원에서 2019년 ㎡당 5만1900원으로 상승했다. 49.5㎡(약 15평) 규모의 상가를 임대한 자영업자라면 2016년 248만49000원이었던 임대료가 2019년 256만9050원으로 늘어난 셈이다.[※참고: 2023년 서울 집합상가 임대료는 ㎡당 4만7400원이다. 이는 공약 달성이 아닌 코로나19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해석해야 한다.]

그럼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영업자 지원정책이 집중된 21대 총선 공약은 잘 지켰을까. 당시 미래통합당이었던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에서 코로나19 피해 적극 지원, 1인 자영업자 고용보험 지원 확대, 간이과세 기준 매출 1억원으로 인상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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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지난해 104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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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제외하면 새로운 정책이 전무했고,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간이과세 기준 매출액을 8000만원 미만에서 1억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공약은 달성하지 못했다. 정부가 '2024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간이과세 기준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여태까지 나오지 않았다.

1인 자영업자 고용보험 지원 확대 공약은 '절반의 달성'에 가깝다. 고용보험 지원을 확대하긴 했지만 미래통합당의 공약 덕분인지는 의문이다. 당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쏟아졌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22대 총선을 맞은 국민의힘이 내놓은 자영업자 공약은 현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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