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출신 스타트업 정민서 하이어 대표
성실·꼼꼼하고 오래 일할 중장년 양성 위해 창업
“믿음직한 중장년 약국사무원, 청년보다 만족”
“중장년에 필요한 더 많은 양질 일자리 발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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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이 바리스타만 있는 것은 아니다. 1인 카페가 아니라면 접객이나 정리를 하는 다른 직원이 함께 일한다. 약국도 비슷하다. 일하는 사람은 모두 약사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목이 좋은 자리거나 규모가 큰 곳이라면 으레 처방전 정보를 PC에 입력하거나 약값을 받는 다른 직원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런 직원을 약국사무원이라고 부른다.
약국사무원의 업무 범위는 꽤나 넓다. 고객 응대부터 처방전 정보 입력, 공간 관리, 각종 증빙서류 발급, 결제 관리 등등.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약 조제와 판매, 상담 업무를 제외하곤 나머지 일은 대부분 약국사무원의 일이다.
서울에 사는 조성미(39) 씨의 직업도 약국사무원이다. 출산과 육아로 6년 전 다니던 일자리를 관둔 그는 공백기를 딛고 이달부터 약국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취업이 쉽지는 않았다. 이전에 했던 경리 업무를 해보려고 여러 곳에 원서를 내봤지만 번번이 ‘불합격’이라는 문자메시지만 돌아왔다. 끝내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콜센터 상담원으로 취업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이랬던 조 씨가 맘에 드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 곳이 바로 하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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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에 ‘딱’인 약국 일자리 연결하는 약사 출신 스타트업 대표
정 대표는 왜 중장년에 주목했을까. 그가 약사인 만큼 주변에는 약국에서 일하는 지인들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듣곤 했다. 약국사무원은 비교적 선호하는 이들이 많은 직무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지인들은 하나같이 성실하게 일할 사무원을 뽑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는 것.
“젊은 친구들은 뽑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곳에 취업하거나 학업 등을 이유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작은 약국이라도 몇 백 개의 약을 취급하는데 숙련도가 높으면 좋겠지요. 의약품을 다루는 일인 만큼 더욱 믿고 일할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성실’과 ‘믿고 오래 일 할 직원’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생각해보니 정 대표의 머리에 중장년이 떠올랐다. 약국사무원이라는 직무는 중장년의 니즈와도 제법 맞아떨어졌다.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중장년도 있지만, 대다수는 주 고객층과의 세대 차이 때문인지 일하기를 두려워하세요. 반면 약국을 찾는 고객의 상당수는 중장년이에요. 또래라서인지 응대가 어렵지 않은 편이라고들 생각하세요.”
육아,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구직자에게도 약국사무원은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주택가에 자리 잡은 약국이 꽤 많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약국의 경우 각종 복지혜택도 제공된다. 경력이 쌓이면 다른 약국으로 이직도 쉽다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이다. “중장년은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잖아요. 약국사무원 중에는 20년 근속자도 계세요. 약사들과 호흡만 맞는다면 오래 일할 수 있는 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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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교육 덕에 현장은 만족
진입장벽은 다소 낮다고 볼 수 있지만 직무에 관한 지식 없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일자리는 결코 아니다. 직무교육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하이어는 약국 업무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비롯해 전산 및 재고관리 업무, 처방전 입력 실습 등을 가르친다. 특히 디지털기기 사용이 서투른 중장년을 대상으로 처방 프로그램 사용법을 상세히 교육하기도 한다.
교육생 선발 과정도 매우 깐깐하다. 1차 서류에 합격하면 2차 면접을 통과해야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과정이 끝난 뒤에는 교육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필기시험도 치른다. 먼저 취업한 수료생들이 좋은 선례를 남겨야 이후로도 좋은 인재들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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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어의 직무교육과정을 거친 약국사무원을 채용한 약국들의 반응은 어떨까. 정 대표는 “직무 이해도가 높고 믿음직한 중장년 사무원이 들어온 덕분에 업무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며 “먼저 취업한 ‘선배’가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며 ‘후배’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약국에서 하이어 출신들을 신뢰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약국사무원에 도전하려는 중장년에게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약에 관한 해박한 지식보다 젊은 약사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능력이 우선이라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최근 개국하는 약사들은 20~30대가 많은 편이에요. 약국사무원으로선 상사의 나이가 어려지는 셈이지요. 자신보다 젊은 상사를 잘 대할 수 있는 분, 소통이 잘 되는 분이면 좋아요. 꼼꼼한 성격도 필요해요. 그동안 이력서 몇 백 장을 봤지만, 결국 취업에 성공하는 분은 성실하고 꼼꼼한 분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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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양질의 중장년 일자리 발굴 지켜봐 달라”
정예지 기자 yeji@r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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