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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시론] 드론 공격 취약한 후방에 민·관·군 협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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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동제 경운대 총장


역사를 돌아보면 첨단 과학기술이 전쟁의 흐름을 바꾼 경우가 많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처음 등장한 전차와 항공기는 제2차 세계대전의 향방을 좌우했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F-117 나이트호크 스텔스 폭격기 등이 위력을 과시했다. 이런 ‘스마트 전쟁’은 21세기 강대국들이 어떻게 싸울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과 무인 수상정 등 무인 무기가 전쟁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등장해 새로운 전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기의 엄청난 활약상을 눈여겨본 세력이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장거리·정밀타격 드론을 대내외에 공개하면서 앞으로 드론을 투입해 대남 무력 도발에 나서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공항·원전 등 북 무인기 공격 노출

후방은 방호 투자 후순위로 밀려

민·관·군 집단지성으로 해법 찾길

중앙일보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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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은 국가 총력전이다. 적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중요시설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러시아는 미사일과 자폭 무인기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특히 군집화·스텔스화·초소형화하는 드론의 위협을 막아내려면 민·관·군이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통합방위 작전의 강점에 기반한 ‘대(對) 드론 통합 방어 체계’를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월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열고, 북한의 드론 위협에 대비해 국가 중요시설의 대 드론 통합 방호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 당국도 ‘국방 혁신 4.0’을 통해 첨단화한 대 드론 체계 전력 도입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후방 지역은 전방과 비교하면 대 드론 체계에 대한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후방은 공항·원전 등 국가 중요 시설이 산재해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드론 도발로 최대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타깃이 될 우려가 크다. 군 당국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민간 연구기관 등의 통합적인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후방 지역은 대도시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방호체계와 작전 수행 방법이 전방과는 달라야 한다. 후방 지역은 대 드론 체계 인프라 구축의 공간 및 재정적 효율성을 중시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심 지역의 피해 최소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주요 지역을 묶어 방호하는 ‘권역화’의 관점으로 통합·운용해야 한다. 또한 시험·평가를 통해 지속해서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을 개량하는 등 권역화된 대 드론 통합 방호체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대 드론 통합 방호 체계의 실효성을 검증하면서 관련 체계의 연구·개발·생산 기반을 닦을 수 있게 된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연관 산업을 집적화한다면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 경북 구미시와 산업통상자원부, 육군 제2작전사령부, 경운대,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구미권역 국가 중요시설 대 드론 통합 방호 체계 시범지구 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최초로 민·관·군이 협력해 국가 중요시설에 대 드론 통합 방호 체계를 만들려는 시범사업이다. 자폭 드론 등 고도화하는 북한 무인기와 비인가 불법 드론으로부터 국가 중요시설을 방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먼저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은 의미가 크다. 구미시에는 대규모 첨단산업단지가 집적해 있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 대표적 방위산업 기업이 있고, 대 드론 방호연구소와 실증 능력을 갖춘 지역대학이 있다. 게다가 낙동강이라는 넓은 실증 공간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 구미다. 시범사업은 지역발전에 큰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시범 사업이 성공하고 그 효과를 전국으로 넓히려면 핵심 기술과 인력이 제일 중요하다. 지역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 방지와 지역 정주를 늘리기 위해서는 향후 대 드론 관련 특화연구센터와 상용화 지원센터를 지역에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대 드론 통합 방호체계 표준화를 통해 지역 안보 및 연관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지방대학의 인재를 지역 방위 산업체로 보내고, 지방에 정주하게 하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동제 경운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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