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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더 진지·진중·처절하게”…찬바람 부는 마트업계, 위기 탈출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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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이마트 제13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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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나가고, 주가도 낮은데 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보수를 많이 받나”

“기업들이 적자 나면 보수를 반납하거나 줄이는데, 작년과 이사 보수 한도(70억원)가 같다. 쿠팡이나 중국 이커머스 앱에 들어가면 훨씬 잘한다. 보수 한도를 낮춰야 하지 않겠나.”

28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이마트 주주총회에선 주주들의 날 선 질문이 이어졌다. 주총 의장을 맡은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와 관련해 전면적 경영진 교체가 있었다”며 “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큰 영향 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전보다 훨씬 진지하고, 진중하고, 처절하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설립 이후 첫 전사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이마트 주총에 유통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날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취재진을 지나 묵묵히 주총장으로 향했다. 주총장에 감돈 긴장감은 이마트 때문만은 아니다. 쿠팡의 두드러진 약진,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공습 등으로 대형마트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퍼져 있다. 이에 마트 업계는 P(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 I (Integrate, 통합), G(Grocery, 식료품), S(Slim, 감축)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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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백화점 잡는다더니 이커머스에 잡혀”



상상인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시장은 2020년 3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6조9000억원으로 연평균 3% 성장했다. 백화점(14.3%), 온라인 쇼핑(13.1%), 편의점(5.3%) 성장률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온라인 쇼핑(판매·중개)은 지난해 228조9000억원 규모로,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시장을 합친 것보다도 2배 이상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통계에서도 온라인 쇼핑은 53.2%로 과반을 차지했고, 대형마트는 12.1%에 그쳤다. 5년 전 같은 기간에는 각각 39.9%, 22%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마트가 백화점을 넘어선다고 난리였는데 이커머스에 잡힐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트 1위 이마트의 희망퇴직은 상징적이다. 이 회사 연결 기준 매출은 최근 5년간 늘었지만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적자(469억원)를 기록했다. 창업후 줄곧 적자이던 쿠팡이 지난해 13년만에 첫 흑자 전환한 상황과 대조를 이뤘다. 2, 3위 마트들은 더 심각하다.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2년 연속 적자(1335억원, 2602억원)였다. 지난해 역시 적자 폭은 줄었지만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마트는 2019년(-250억원), 2021년(-320억원) 적자 이후 실적 반등(지난해 영업이익 870억원)에 성공했지만 이 기간 희망퇴직을 세 차례나 시행하는 등 과정이 쉽진 않았다.

구조조정을 거친 롯데마트 직원 수는 2019년 1만2995명에서 지난해 1만616명으로 2400명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와 홈플러스에서도 3000여 명씩 짐을 쌌다. 점포 수도 각각 14개, 3개, 9개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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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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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마트 업계는 슬림화가 사업 위축이 아닌 효율화로 이어지도록 애쓰고 있다. 우선 오프라인 사업의 통합 시너지를 노린다. 신세계는 지난해 9월 이른 정기 인사에서 한채양 대표를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통합 대표로 선임했다. 이날 주총에서 이마트 측은 “3사의 매입·물류·마케팅 기능을 통합해 업의 본질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상품 판매가를 낮추는 동력으로 삼겠단 의미다. 롯데 역시 2022년 11월부터 마트·슈퍼의 상품 조달을 통합해 구매력을 높이고, 비용을 줄였다. 올해는 물류, 고객 데이터 분야에서도 협업한다. 이를 통해 ‘매일 싼 가격’이라는 할인점 본질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통합으로 ‘싼 가격’ 본질 되찾는다



마트의 강점인 그로서리(식료품)를 ‘전진 배치’해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도 펴고 있다. 이마트는 연내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5개를 오픈하기 위해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2022년 2월부터 24개 매장을 초대형 식품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했다. 올 1월 기준 3년 전보다 평균 30% 이상 매출이 늘어 효과를 확인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그랑 그로서리 은평’을 선보였다.

상품경쟁력과 이익률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자체 브랜드(PB) 제품도 늘린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시리즈는 1년 9개월 동안 770만 팩 이상 팔렸다. 국내 마트 3사의 PB 제품 매출 비율은 10% 안팎으로, 20~30%로 알려진 미국 코스트코·월마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 마트들은 매장 대형화, 팝업 스토어 운영, 협업 등 기존 사업장을 새로운 경험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귀결된다”며 “최근 소비 둔화 우려가 큰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대형마트 PB 브랜드는 수익성 제고에 도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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