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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책임경영 아니면 독립경영 포석…최재원·최성환, SK㈜ 지분 매도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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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최성환 SK네트웍스 총괄사장이 나란히 SK㈜ 지분을 매각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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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K그룹이 '투톱'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내부 결속에 한창인 가운데 오너일가의 상반된 움직임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SK㈜ 지분을 조금씩 정리하는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이 그 주인공인데, 일각에선 이들이 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경영 기반을 다지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은 지난 15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SK㈜ 주식 총 1451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로써 그가 보유한 SK㈜ 주식은 9만6304주(0.13%)로 줄었다.

최성환 사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손자이자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이다. 최태원 현 회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특수관계자 중 SK㈜ 주식을 처분하는 사람은 최성환 사장뿐이 아니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사장(SK온 대표)도 지난달 29일과 이달 5·6일 등 사흘간 16만7000주(320억원 규모)를 내다팔았다. 이와 맞물려 작년 9월엔 26만7815주(0.36%)에 이르던 최 부회장의 지분도 10만815주(0.14%)로 감소했다.

재계에선 이들 오너일가의 이례적인 행보에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누구보다 기업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SK㈜ 지분을 털어낸 셈이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는 이들이 개인적 필요에 따라 주식거래로 현금을 마련했을 것이란 분석이 앞선다.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 증여세 재원 확보, 최성환 사장은 SK네트웍스 지배력 강화와 같은 숙제를 짊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최재원 부회장은 2018년 11월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SK㈜ 166만주를, 2019년 7월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29만6668주를 각각 증여받았다. 당시 지분가치는 5300억원에 달했고, 이로 인해 2500억원 정도의 증여세가 붙은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그 부담을 덜고자 지분 일부를 활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존재한다.

최성환 사장 역시 SK㈜ 주식 매각 후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SK네트웍스 지분을 늘리는 듯한 작업을 이어왔다. 비자금 의혹에 경영에서 손을 뗀 아버지 최신원 전 회장을 대신해 회사를 이끌고 있는 만큼 책임감을 보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2021년말엔 1%대에 머물러 있던 그의 SK네트웍스 지분율은 현재 3.38%까지 뛰었다. 이번에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른 한편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낸 두 사람이 그룹의 '계열분리설'에 다시 불을 지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포착되고 있다. 이른바 독립경영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영역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이유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주부터 최종현 선대회장 그리고 최태원 회장까지 바통이 넘어가는 동안 이렇다 할 분쟁을 겪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사촌 간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평화적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성환 사장 등 '오너 3세' 중심의 세대교체가 가속화하고,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해온 효성그룹까지 계열분리 작업에 착수하자 언젠가 SK도 비슷한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성환 사장이 이끄는 SK네트웍스는 그룹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분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회사에 대한 최신원 전 회장의 애착도 남다르다는 전언이다.

다만 주주 사이에선 오너일가의 주식 매도 행렬에 불만이 큰 것으로 감지된다. 최태원 회장 친인척의 주식 처분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전날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주주의 성토에 "특수관계인이긴 하지만 개개인의 재산과 권리 처분에 대한 이슈"라면서 "정확한 답을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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