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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미술의 세계

국립미술관과 회고전시 갈등 빚은 김구림 작가 “한국 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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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8일 낮 서울 평창동 자신의 작업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구림 작가. 흑백사진처럼 어두운 색조를 덧씌워 작품 실물 색상이 왜곡됐다는 주장을 제기한 국립현대미술관의 회고전 도록(왼쪽)의 유화 작품 ‘세 개의 원’(1964·영국 테이트모던 소장)과 실물의 색상이 온전히 재현된 다른 도록의 같은 작품을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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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곧 이 나라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대화조차 안되는 이땅에서 더 이상 발붙이고 작업할 의욕이 없어요.”



1960~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주역이었던 원로작가 김구림(88)씨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작가는 28일 낮 서울 평창동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올해 중으로 국내 작업실을 정리하고 1984년부터 2000년까지 작품 활동을 했던 미국 뉴욕으로 작업 기반을 옮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으나 출품작 선정과 도록의 도판 상태 등을 놓고 미술관 쪽과 극한적인 갈등을 빚으며 대립해 왔다. 김씨는 이날 회견에서 “지난달 초 국립현대미술관이 발간한 회고전 도록의 도판 수록 작품들이 자신의 동의도 없이 시커먼 바탕색조를 입히는 등 실제 작품의 색상과 전혀 다르게 나왔으며 이런 식으로 100점 이상의 수록 작품들이 실상과 달리 어둡고 왜곡된 상으로 인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술관 쪽에 기존 도록 폐기와 재발간을 요구하며 관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외면당했고 상부기관장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실에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시정을 촉구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기본적인 소통조차 거부당하는 수모를 받으면서 한국에서 작품을 발표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쪽은 이날 입장문을 따로 내어 “작가 쪽과 전시 출품작 배경에는 백지를, 미출품작에는 배경색을 넣기로 합의하고 인쇄 전에 세 차례나 작가 쪽에 실물 교정지를 보내 승인을 받았다. 작가 쪽이 교정지를 받아보고 배경색을 확인했음에도 이제 와서 작품을 의도적으로 잘 안보이게 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 작가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자신의 작품들을 정리하면서 서울 종로구청 등과 추진해온 평창동 작업실의 작가미술관 건립안을 백지화할 방침이며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작 작품 500여점을 이 미술관 소장품 용도로 기증하려 했던 계획도 모두 취소하겠다고 덧붙였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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