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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50년 만에 8배 커진 컨선…제2의 볼티모어 사고 우려되는 이유[세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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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량 늘고 환경규제 강화되면서 컨선 대형화

커진 덩치에 항만 확장, 안전 규정 강화 필요성

헤럴드경제

지난 26일 미국 볼티모어항 앞바다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에 충돌한 싱가포르 선적 달리 호[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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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볼티모어 항구의 교량이 컨테이너 선의 충돌로 무너진 사고 이면에는 50년 전보다 몸집이 최대 8배나 커진 컨테이너 선의 변화가 있다. 세계 교역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피할 수 없는 변화이지만 안전 사고 가능성과 하역 과정의 병목 현상 등 적응해야 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선적의 컨테이너선 달리 호가 볼티모어 항구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에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항만 당국은 달리 호의 블랙박스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리 호와 같은 초대형 컨테이너 선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와 관련해 엘리자베스 브라우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 연구원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이번 사고는 기존 해운 시스템이 빠르게 크기가 커지고 있는 선박을 처리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지적했다.

달리 호는 1만3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이다. 달리 호의 총 톤수는 9만5128톤(t)이며 선박의 길이는 100미터(m), 폭은 48m에 달한다.

집계 주체에 따라 기준은 다르지만 통상 1만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ULCV)로 분류된다. 해운 시장 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월말 기준 818척으로 전체 컨테이너선의 13.5%다. 이들 선박이 담당하는 선복량은 전체 선복량의 43.4%에 달한다.

최근에는 프랑스 에펠탑(320m)보다 긴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등장했다. 지난 2020년 HMM이 도입한 첫 2만 4000TEU 급 초대형 컨선인 HMM알헤시라스호(399.9m)가 대표적이다.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가 지어진 1972년 당시 가장 큰 컨테이너선 선복량이 (2984TEU)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덩치가 최대 8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세계 교역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운송 효율성이나 탄소 배출 요구에 따라 컨테이너선의 덩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TEU 당 연간 연료비는 기존 1만3000TEU 급에서 1820달러가 들지만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연료비는 TEU당 1290달러에 그친다. 한번 항해로 더 많은 화물을 나를 수 있는 만큼 최고 속도로 항해할 필요 없이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속도로 항해할 수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하역 작업에 필요한 시간과 시설을 더욱 많이 필요로 한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컨테이너 항구인 로테르담 항구의 경우 지난해 14개 터미널에서 1340만TEU를 처리했는데 이는 평균 매일 3만6712TEU에 해당하는 수치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두세 척의 선복량이 전체 터미널의 처리 용량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처럼 항구가 사고로 폐쇄되거나 항만 노동자 파업 등과 같은 외부 변수가 발생할 경우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다른 중소형 컨테이너선에 비해 대체 항구를 찾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컨테이너선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이들 선박의 사고로 발생하는 피해도 커질 수 있다.

브라우 연구원은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도 최근 연방 안전점검에서 보통 등급을 받았지만 충돌 당시의 충격을 버티지 못 했다”며 “달리호 보다 더 큰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교량에 충돌한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 튼튼한 다리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3월 수에즈 운하 통과 중 좌초돼 세계적인 물류 대란을 야기했던 에버기븐 호도 2만TEU 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었다. 총톤수 22만4000t의 에버기븐 호를 물에 띄우기 위해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은 운하 제방에서 2만세제곱미터(㎥)의 토사를 퍼내고 예인선 14대를 투입해야 했다.

항만 시설 뿐 아니라 기존 선박의 크기에 맞춰 지어진 교량이나 운하 등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감당할 수 있도록 개량되거나 다시 지어야 할 수 있다.

문제는 인프라 개선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중국 상하이항 등 최근에 지어진 항만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정박과 하역에 대비해 항만 시설이 지어졌지만 오래된 항구의 경우는 확장이 불가피하다.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달리 호가 볼티모어 항 직전에 기항했던 노퍽의 버지니아 항의 경우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 2척이 양방향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항만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14억달러를 배정했는데 준설작업에만 4억 5000만달러가 소요된다.

브라우 연구원은 “이러한 투자를 통해 거대 해운사가 이득을 보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비용은 납세자가 대부분 부담하게 된다는 점은 항만 확장을 위한 정치적 합의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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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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