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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ELS 부실과 금융당국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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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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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에 이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까지 터지면서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고객 배상 책임을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결국 금융감독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KB국민·신한·하나·NH농협과 SC제일은행이 이번 주 잇따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H지수 ELS 손실 자율 배상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사회 결의가 이뤄지면 은행권은 당장 다음 달부터 H지수 ELS 투자로 손실을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율 배상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의 ELS 배상 책임 해결 수순이 사모펀드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이 이번에도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사실 사모펀드는 부실운용과 사기 운용이 문제였다. 여기에 금융감독당국이 판매사는 운용사 포트폴리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감독 규정을 고집하면서 부실과 사기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도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금융감독당국은 판매사가 모니터링도 못하게 막아 놓은 자신들의 책임은 숨기고 운용사에게 사기를 당한 애꿎은 판매사들한테만 피해 보상을 하라고 종용했다. 판매사와 판매 직원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수조원을 배상하게 했다. 희대의 코미디이자 관치금융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ELS는 어떨까? ELS는 보통 6개월내 조기상환이 되면 약속된 금리를 받지만, 6개월내 상환이 안되면 만기까지 보유하다가 결국에는 손실 볼 확률이 커진다. 여러 지수나 종목을 활용해 구조화한 파생상품인데,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금리는 위험 대비 지나치게 낮다. '초고위험 저수익' 상품인 셈이다. 리스크와 리턴의 균형이 처음부터 맞지 않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정성을 추구하는 은행 고객 성향에 맞는 상품이 아니고 더더욱 고객에게 크게 도움도 되지 않는다. 수익다각화를 추구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위험은 매우 크고 수익은 작기 때문에, 대신 등 일부 증권사는 오래 전부터 ELS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은 상품이란 이유다. 최근에는 분식에 취약한 홍콩H지수 문제가 겹쳤으니 손실이 더 커진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주목했어야 하고, 감독했어야 하는 부문이다.

지난 13일 이복현 원장은 "홍콩 ELS 등 고난도 상품 관련해 면밀히 감독 행정을 하지 못해 손실을 본 피해자들, 국민들께 고통과 불편을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런 면피성 사과는 커다란 재산상 손실을 본 고객들의 분노를 달래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상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이런 상품을 팔게 하면 안됐다. 무지의 책임은 뒤로 하고, 이번에도 금융감독당국은 적합성과 적정성 설명 의무 등을 지켰는지를 따지며, 금융회사들에 대해 징계 방망이를 휘두를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상품을 판다는 것은 리스크를 파는 것이다. ELS 사태 책임의 근간은 금융 상품 판매 원칙을 지켰는지 여부가 아니다. 팔지 않았어야 할 상품을 팔았다는 것이다. 리스크 대비 리턴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상품을 인가해 준 금융감독당국과 수익에 눈이 멀어 부실 상품인줄도 모르고 예금하러 온 고객에게 ELS를 팔게 한 금융회사 경영진 모두 우선적으로 깊은 반성을 해야한다. 무엇보다 금융감독당국은 운용사와 판매 직원들에게만 징계를 내리는 어이없는 짓을 제발 멈춰야 한다. 이것보다는 ELS 등 파생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을 미리 파악하는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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