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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그 많던 꿀벌 사라진 이유…미국 연구진 "작년 대부분 과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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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씨 길어지면 이듬해 봄 지쳐 죽어

벌집 기온 인위적으로 낮춰 개체 보존해야

봄기운이 완연한데도 꿀벌은 여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다. 그 많던 벌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지난해 가을 '과로사'로 대부분 죽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워싱턴 주립대 연구팀은 26일(현지시간) "기후 변화로 꿀벌이 주로 활동하는 가을이 길어지면 이듬해 봄에 벌집이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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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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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꿀벌의 생애 주기를 측정했다. 스스로 노동하는 시간을 결정할 수 있는 인간과 달리, 벌은 그렇지 않다. '온화한 기후'를 감지하면 몸 상태와 상관없이 바깥으로 나가 꿀을 채취하려 든다.

문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온난한 가을 기후가 길어졌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꿀벌의 가을 활동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비행시간이 길어지면서 꿀벌의 전체 수명은 줄었고, 결국 이듬해 봄에는 일벌 대부분이 지쳐 죽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벌집을 관리할 일손이 없으니 꿀벌 생태계의 핵심인 군집도 붕괴한다.

결국 올해 꿀벌이 자취를 감춘 건, 작년 가을 벌 대부분이 과로사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또 연구진이 2050년과 2100년에 꿀벌 개체군이 어떻게 변할지 알아보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실행한 결과, 태평양 북서부 대부분 지역에서 꿀벌 개체 수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한 희망은 아직 추운 지역이 남은 캐나다 인근이다. 그러나 북미를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선 꿀벌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꿀벌의 과로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을까. 연구팀은 꿀벌이 과로사하기 전에 벌집에 모여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벌집을 저온 저장고 안에 넣어 주변 기온을 인위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꿀벌은 겨울이 정상적으로 찾아왔다고 '감지'한 뒤 비행을 멈출 것으로 예상됐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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