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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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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개봉 31일 만에 1천만 달성…장르적 한계 넘어선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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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화 ‘파묘’.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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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가 공포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배급사 쇼박스는 ‘파묘’가 24일 오전 8시 누적 관객 수 1000만1642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지 31일 만에 달성한 기록이며 한국 영화 역대 개봉작 가운데 23번째로 천만 영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직전 천만 달성 영화인 ‘서울의 봄’은 개봉 32일 만에 천만 고지에 오른 바 있다.



‘파묘’의 흥행은 그동안 마니아 장르처럼 여겨지던 오컬트(신비주의) 소재의 공포 영화를 대중적인 성공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이전 천만 흥행작과 다르다. ‘파묘’ 이전 천만을 달성한 한국 영화 22편 중에는 역대 1위인 ‘명량’(1760만)을 비롯해 역사물이 9편으로 가장 많고, 범죄·액션물(5편)이 다음을 차지한다. 오컬트·호러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작품은 2016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으로 687만명을 동원했고 ‘파묘’를 만든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2015)이 544만명으로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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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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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가 관객층이 한정된 ‘공포’ 장르로 천만 흥행 신화를 쓴 이유는 공포 장르 문법에 풍수와 무속신앙 같은 보편적인 관심사, 그리고 항일 코드라는 대중적 정서까지 버무려 웰메이드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40~50대에서 20대로 관객이 확장된 ‘서울의 봄’과 달리 ‘파묘’는 공포 장르의 주요 관객인 20~30대에서 시작된 관객몰이가 50대로 이어졌다.



‘파묘’는 두 젊은 무당(김고은, 이도현)이 미국에서 부유하게 사는 교포 가족의 원인 모를 병을 해결하기 위해 묫자리를 없애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초반에는 귀신이 나오는 공포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주지만 후반에는 ‘쇠말뚝’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네 주인공, 즉 두 무당과 풍수사(최민식), 장의사(유해진)가 일제의 잔재와 벌이는 싸움을 그린다.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는 이야기의 흐름이 찬반 논쟁을 낳았지만 이 논쟁이 영화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름, 차 번호판 등 또 영화 속에 숨겨진 항일 코드를 찾아내고 해석하는 등 관람 이후 이어지는 이야깃거리도 갈수록 흥행에 중요해지고 있는 ‘입소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봉석 영화 평론가는 “초반에 장르적으로 밀고 나가던 (실체가 보이지 않는) 오컬트 소재를 후반부에 네 사람이 힘을 합쳐 보이는 실체와 벌이는 싸움으로 바꾸면서 카타르시스가 증폭돼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며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비현실적인 전제 안에서도 정교한 논리를 쌓아 올렸기 때문에 영화의 톤이 바뀌더라도 어색하거나 튀는 부분 없는 웰메이드로 완성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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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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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의 성공은 한국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장르 전문가가 쌓아 올린 성과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장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 재학시절 만든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으로 확장한 ‘검은 사제들’로 장편 데뷔했다. 가톨릭 사제의 구마 의식을 소재로 한 이 영화의 차기작인 ‘사바하’(2019)에서는 사이비 종교와 오컬트 의식을 다루며 고정 팬층을 만들었다. 장 감독은 “공포영화의 일반 문법이라면 피해자가 주인공이어야 하는 데 ‘검은 사제들’ 때부터 일방적으로 당하는 사람보다는 이들을 돕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을 내세우고 싶었다”며 “특히 ‘파묘’에서는 문제를 화끈하게 해결하고 난 뒤의 후련함까지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밝은 이야기보다는 어두운 이야기에 끌린다”며 앞으로도 오컬트·공포 장르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파묘’는 배우 최민식에게 ‘명량’ 이후 두 번째 천만 흥행작을 선사했다. 김고은, 이도현은 ‘파묘’를 통해 천만 배우의 타이틀을 얻었으며 특히 이도현은 첫 출연영화에서 값진 기록을 남기게 됐다.



‘서울의 봄’에 이어 ‘파묘’까지 이른바 극장 비수기에 흥행 성공을 하면서 앞으로 여름과 겨울 휴가철에 화제작 개봉이 쏠리는 성수기 개념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한 주요 배급사 관계자는 “여름이나 겨울 방학 때 개봉을 준비하던 대작들의 개봉 일정이 대대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극장 전체 관객 수가 줄면서 특정한 개봉 시기에 경쟁작들과 맞붙기보다 경쟁을 피해서 개봉하는 눈치작전이 치열해 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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