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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EU ‘AI규제법’ 연말부터 순차시행… ‘기술혁신 족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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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관련법 가결

원격 생체인식 식별은 ‘원천금지’

자율주행·의료 등 ‘고위험기술’

감독인 두고 관리시스템 구축해야

위반 시 매출 최대 7% 과징금 폭탄

단계적 도입… 2026년 전면 시행

일각 “유럽, 기술 뒤처져 규제 집중”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포괄적 인공지능(AI) 규제법을 EU 의회에서 가결시켜 연말부터 순차 시행될 전망이다. 유럽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도입될 AI 관련 입법의 모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술·산업계에선 법 시행이 AI 기술 개발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AI법 최종안이 찬성 523표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EU 27개국 장관들이 내달 최종 승인하면 관보 게재를 거쳐 발효된다. 이후 회원국별로 단계적으로 도입돼 2026년 전면 시행된다. 사이버·데이터 문제 전문가 패트릭 반 에이크 변호사는 로이터에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와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들이 EU의 AI 규제를 (각국 입법에) 참고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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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합니다”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의원들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공지능(AI) 규제법에 대한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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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에 따르면 EU는 AI 활용 분야를 총 네 단계의 위험 등급으로 나눠 차등 규제한다. 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된 의료·교육 등 공공 서비스, 선거·핵심 인프라·자율주행 등에서 AI 기술 사용 시 사람이 반드시 감독하고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범용 AI(AGI·사람과 유사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갖춘 AI)를 개발하는 기업에는 투명성 의무를 부여했다. 또 EU가 ‘시스템적 위험’으로 규정한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 별도의 정보 공개·고지 의무도 부과된다.

일부 AI 기술 활용은 원천 금지된다. 개인의 특성·행동과 관련된 데이터로 점수를 매기는 ‘사회적 점수 평가‘(social scoring)나 원격 생체인식 식별 시스템 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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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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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만든 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 영상이나 이미지는 AI로 만든 조작 콘텐츠라는 점을 표기하도록 했다. 법 위반 시 경중에 따라 전 세계 매출의 1.5%에서 최대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AI의 안전을 담보하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EU에 비해 규제 수준이 낮아 향후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 업계는 기본적으로 AI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AI 규제가 자신들의 이해에 맞도록 정비되게 하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은 지난해 말 EU의 이번 AI 법안으로 챗GPT가 유럽으로부터 퇴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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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에서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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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반적으로는 광범위한 규제가 AI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마르코 판치니 메타 유럽 담당관은 “(법 시행 뒤) 유럽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AI의 큰 잠재성을 보는 시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에는 개방성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U가 AI 산업에서 미국이나 중국에 뒤처지면서 규제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 일간 라트리뷴에 따르면 프랑스 범부처 AI 위원회는 이날 프랑스 민간·공공 부문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가 미국보다 20분의 1에 그친다고 지적하며 단기적으로 100억유로(약 14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5년간 매년 50억유로(약 7조원)를 투자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향후 생성형 AI 기술 발달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두 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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