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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한국 화이트리스트서 다시 빼자"… '강제동원 공탁금 수령'에 일본 여당 강경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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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외교부회서 "한국에 강경 대응 필요"
또 화이트리스트 제외·통화스와프 중지 주장
"한일관계 개선된 상황, 실제 반영 어려워"
한국일보

기시다 후미오(뒷줄 가운데)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2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정치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정치쇄신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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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한국을 다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빼버리자"는 주장이 나왔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법원 결정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히타치조선의 법원 공탁금을 수령한 것에 반발해 강경 대응론을 꺼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 내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는 이날 도쿄 당사에서 합동회의를 열고 히타치조선 공탁금 수령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 같은 의견을 쏟아냈다.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는 자민당의 정책 입안을 제언하는 당내 조직이다. 특히 외교부회는 당 정무조사회(한국 정당의 정책위원회에 해당) 산하 분과회로, 법안 수립이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항의 표시론 부족... 화이트리스트 제외하자"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0일 강제동원 피해자 이모씨의 히타치조선 공탁금 6,000만 원 출급 신청을 인용했고 이씨는 당일 수령했다. 일본 외무성이 이튿날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지만, 회의에 참석한 자민당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는 부족하다며 "한국에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의원들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찬물을 뿌렸으니 한국이 보상·배상을 해야 한다"며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거론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일본 기업이 전략 물자나 첨단 기술을 수출할 때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방국을 뜻한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빠지면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수입하는 절차가 복잡해진다. 앞서 일본은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확정 판결에 반발해 2019년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경제 보복을 단행한 적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도쿄와 서울을 방문해 '셔틀 외교'가 부활하자 일본은 지난해 6월 한국을 다시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다시 배제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한미일 관계에 찬물" 적반하장 발언도

한국일보

한 남성이 2019년 8월 2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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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는 지난해 12월 9년 만에 재개된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다시 정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의원은 "한일 관계에서 일본이 먼저 사태를 악화시킨 적은 없다. 한국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일본도 이런 (대항) 카드가 있다고 한번 정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외무성 측 인사는 의원들에게 "틀림없는 청구권협정 위반"이라며 "지적하신 내용은 부처로 가져가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이날 나온 주장들을 실제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양국 관계가 개선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자민당 다수 의견이 아닌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발언에 불과해 외교 정책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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