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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술마시다 적발된 미성년자, 다른 집 가서도 마시더라” 분통 터뜨린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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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신 청소년은 무죄, 판매한 나는 과태료 3000만원. 이게 공정한 사회인가요?” 자영업자가 지난해 연말 미성년자에게 주민등록증 확인 없이 술을 판매한 혐의로 적발됐다는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졌다. 이 자영업자는 “미성년자들이 버젓이 다른 술집을 찾아 다니고 있지만, 미성년자는 무죄고 업주들만 피해를 볼까 봐 신고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족발집을 운영하는 업주로 보이는 A씨가 이같은 내용의 사연을 담은 게시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A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지난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밤 10시 30분경, 가게를 방문한 두 명의 여성에게 술을 판매했다. 여성들은 가게에 들어올 당시 이미 술에 취해 있었고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1년 중 가장 바쁜 날이기도 해서 아르바이트생은 주민등록증 검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사장인 A씨는 주방에서 일을 돕고 있어서 홀에서 일어난 일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여성들은 미성년자였고, A씨 가게는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A씨는 “아르바이트생의 실수로 처벌을 받게 돼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제 가게에서 벌어진 일이니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아르바이트생을 탓할 마음은 없다”고 했다.

A씨는 가게를 찾았던 미성년자 손님 B양의 이름이 특이해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했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B양은 A씨 가게에서 적발된 지 3일만에 반성은커녕 다른 술집에서 술과 안주를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고 한다. 가게 아르바이트생도 다른 술집에서 이들을 목격했으며, 이들이 보름동안 돌아다닌 술집만 해도 열 군데가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그는 “그 학생들은 어차피 무죄이고, 업주들만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며 “그런 게시물을 보고도 선도는커녕 해당 가게가 걱정돼 방관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A씨는 이 사건을 도와줄 행정사를 고용했고, 행정사는 “영업정지 2개월의 처분이 예상되며, 기소유예를 받으면 영업정지 1개월로 줄여지는데, 다만 과태료를 내면 영업이 가능하다. 예상 과태료가 3000만원”이라고 했다. A씨는 조금이나마 참작이 될까 싶어 이 미성년자들이 술집을 다닌 증거를 인스타그램에서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열심히 일한 업주와 아르바이트생만 죄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어른들을 속이면서 시한폭탄을 들고 술집을 누비고 다니는 미성년자들은 무죄이며, 아르바이트생은 사건 이후에도 제게 눈물을 흘리며 거듭 사죄했다”며 “어른 행색으로 속이면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미성년자들은 나라에서 떠받듯 보호해준다. 생계와 생사까지 걸린 저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법 앞에서 죄인이 될 뿐”이라고 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면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60일,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180일, 3차 적발 시 영업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신분증 위·변조, 도용 등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구제 조항(식품위생법 제75조)도 있다. 다만 행정처분 면제 사례는 2020~2022년 194건으로 전체 적발건수 대비 약 2.8%에 그친다.

이에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20일 “청소년에게 속아 술·담배를 판매한 영업점의 경우 과징금 등 처벌을 유예하고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당시 “판매자의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에는 최종 유죄판결이 있기 전까지 과징금 부과가 유예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요즘 CCTV가 다 있으니 조사해서 고의성이 없었고, 선의의 피해를 봤다면 전부 구제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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