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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생생확대경]자영업자 붕괴 직면, 선제 대응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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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규모·연체율, 최대·최고 기록…위기에 빠진 자영업자

빠르게 치솟은 최저임금…주휴수당 지급 피하기 위한 노력도

제도 손질 및 대출 위험 완화할 파격적 정책 마련 필요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자영업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해주던 자영업자 지인 2명이 최근 폐업을 했거나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 2분기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 중 차지하는 비율(19.9%)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 이하로 떨어졌다는 통계청의 발표를 체감한 순간이다.

요식업을 10년 넘게 운영하던 A씨는 늘어나는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임금근로자로 전환했다. 전기·수도요금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엔데믹 이후 이어진 고금리로 대출이자가 급증한 게 결정타였다. 월 40만원 안팎이던 이자가 70만~80만원으로 불어났다.

코로나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직원들에게 줘야 할 임금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특히 주방을 담당하는 직원은 월 300만원 이하의 구인공고로는 문의조차 없었다고 한다. A씨는 본인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직원 월급만큼도 수중에 쥐지 못하자 폐업을 결심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9년보다 약 50% 늘어났다.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코로나19를 버텼다는 소리가 괜한 말이 아니다. 빚을 갚을 방도마저 없어 연체율도 크게 오르고 있다.

빚에 빚을 더하는 자영업자도 증가하고 있다.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올해 6월 기준 17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4000명 증가했다. ‘돌려막기’로 버티는 한계 상황이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 부채는 모두 ‘빚 폭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편의점을 운영하던 B씨도 이번 달을 끝으로 점포를 접고 취업 전선에 나선다. 그도 인력 관리에 애를 먹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 고용 스케줄을 짜는 것조차 녹록치 않았다.

소정근로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이면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 부담을 덜기 위해 주당 14시간만 근무할 아르바이트생을 뽑아 근무를 시키자니 늘 돌발 변수가 생겼다. 아르바이트생의 갑작스러운 결근을 대처할 사람은 자신 뿐이었다. 주6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아르바이트생이 빠진 자리도 메꿨지만 B씨도 시급 기준으로는 아르바이트생보다 낮은 소득을 가져갔다.

주휴수당은 다양한 폐단이 지적되면서 개선 논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이 공동 창당하기로 한 ‘새로운 선택’은 주휴수당 폐지까지 들고 나섰다.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 간의 다툼인 ‘을과 을의 갈등’을 막자는 취지다.

이미 고용업 없는 자영업자의 비율은 크게 늘었다. 지난 8월 기준 578만4000명의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는 437만명으로 자영업자 4명 중 3명이 나 홀로 업장을 지키고 있다. 다음 단계는 폐업밖에 없다.

뒤늦었지만 현장에서 말썽이 되는 제도를 손질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다만 주휴수당의 개선은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이라 핀셋 개정이 필요하다.

자영업자 대출 문제는 더욱 그렇다. 현재 은행권에서 유력하게 검토하는 ‘이자 캐시백’이 상황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5%의 이자율이 넘는 자영업자에게 대출 1억원 당 최대 150만원을 돌려준다고 한들 상황 타개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파산까지 내몰린 고위험 자영업자를 구제할 수 있는 파격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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