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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피싱 아니냐?" 의심하던 사장님까지 속았다…이 수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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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부재중으로 문자 남깁니다. 신청하신 상품 승인 났습니다."

지난달 13일 자영업자 김모씨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대출 신청을 따로 한 적은 없었지만 마침 장사가 어려워 빚이 쌓여 있었던 그는 급한 마음에 카카오톡 상담 문의를 했다.

발신자 이모 팀장은 연 금리 9.2%에 3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씨는 "구매 자금 대출이라고 거래 내역만 있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반신반의했지만 간절한 마음에 지시를 따랐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일명 사업자 작업 대출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이 팀장은 해외 송금이 가능한 A앱(어플리케이션)을 깔고 해외 계좌로 돈을 보내면 거래 내역이 남아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이 팀장이 앱 회원가입을 하고 아이디, 비밀번호만 넘겨주면 돈은 알아서 움직일테니 걱정말라고 했다"며 "A앱은 돈을 송금할 때 OTP 번호가 필요 없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쯤 김씨는 A앱에서 '안경점 백모씨'(가명)라는 사람이 자신의 통장에 약 1000만원을 입금한 것을 알게 돼 이 팀장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자 이 팀장은 "A앱에 문제가 생겼는지 백씨가 보낸 1000만원 가량이 해외로 송금이 안된다. 우선 신모씨(가명)라는 사람의 계좌로 돈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이 팀장에게 몇 번이고 "피싱 아닌 게 맞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 때마다 이 팀장은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고 김씨는 신씨 계좌로 1000만원 가량을 입금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이 팀장은 연락이 두절됐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김씨는 백씨로부터 받은 돈을 신씨에게 전달했기에 실질적인 금전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자신의 통장이 백씨의 돈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대포 통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피해 사실을 눈치 챈 백씨는 나중에서야 김씨 계좌로 금융 피해 사기 신고를 넣었고 김씨 계좌의 입출금이 정지됐다.

백씨 역시 카드사 대출 문자를 받고 상담 문의를 했고 김씨 계좌로 약 1000만원을 선입금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이 경험한 일련의 사건을 고소하기 위해 경찰서에 방문했지만 경찰은 김씨에겐 실질적인 피해금이 없어 신고 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백씨는 김씨에게 500만원을 우선 지급 받는 조건으로 계좌 지급 정지 신청을 풀어주기로 합의했다. 결국 두 사람만 500만원씩 손해를 본 셈이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김씨는 백씨 돈 1000만원을 송금했던 신씨라는 사람에게 우연히 연락을 받았다. 신씨 역시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했는데 카드사 직원이 또 다른 최모씨에게 약 3000만원(백씨 돈 1000만원 포함)을 보내라고 했다"며 "알고 보니 사기인 걸 알았고 은행으로부터 김씨가 제 통장을 막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씨에게 보낸 백씨 돈 1000만원을 돌려 받는 조건으로 계좌 정지 신청을 풀어줬다.

이번 사건과 관련, 대출을 빙자해 자금 돌려막기 피해를 당한 사람은 최소 4명 이상이다. 김씨는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끼리 대출 신청을 했다가 이런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돌려막기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비슷한 피해를 겪은 사람이 더 많을 듯 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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