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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건 병합·재판부 기피신청…뻔한 선고 지연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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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변호인단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 배당된 사건들을 모두 병합해 달라고 신청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변호인도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면서 검찰이 이 대표와 관련됐다고 보는 재판이 줄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측은 '빠른 재판'을 촉구하며 "변호인은 누구를 위한 변호를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을 비판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들은 '이미 기소된 사건의 심리가 이제 시작된 시점에서 사실상 병행 심리를 주장하는 검사 의견은 부적절하다'며 형사합의33부에 재판 병합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지난 6일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관련 건으로 첫 재판을 연 형사합의33부에는 검찰 측이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대장동 사건에 병합해달라'고 신청한 백현동 관련 건과 별도 기소한 '위증교사' 건이 모두 배당돼 있다. 이 대표 측은 위증교사 사건까지 형사합의33부에 배당된 모든 재판을 병합해 달라고 신청한 셈이다.

이 대표 측은 "병행 심리를 할 경우 사건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변호인으로 하여금 불가능한 수준의 업무 수행을 요구한다"며 "백현동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 등 추가 기소된 사건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병합해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여야가 재판 병합 여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1심 선고 시점이 여기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위증교사 사건은 영장심사 과정에서 혐의가 일부 소명된다는 판사의 판단을 한 차례 받았고,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다. 별도로 재판이 이뤄질 경우 1심 선고가 내년 총선 이전에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사안이 복잡한 대장동 사건과 병합될 경우 1심 선고까지 1~2년 이상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병합 여부를 판단할 재판부는 지난 공판에서 '추후 별도 재판을 열어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국정감사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등은 형사합의33부 배당이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이재명 지키기·편들기 꼼수"라고 법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날 열린 이 전 부지사의 재판도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의 '재판부 법관 기피 신청'에 따라 8분 만에 종료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의 50차 공판에서 "이화영 피고인의 기피 신청이 접수됐다"며 "기일을 연기하고 추후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하루 전인 23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관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변호인 측은 △불명료한 쟁점에 대한 설명의무 불이행 △기소되지 않은 사실에 관한 증인신문을 허용해 예단 형성 △재판 진행 불공평 △위법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 등을 기피 이유로 들었다.

검찰 측은 공판에서 "기피 신청은 재판부를 바꾸고 선고를 늦추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전 부지사의 재판도 1심 선고 시점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가 신청을 기각해도 변호인이 상고 등 불복 절차를 밟으면 최종 판단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이날 검찰 측은 공판 후 "재판부가 빨리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답답함을 호소했다.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재판 중지가 장기화되고 내년 2월 법관 인사이동 등으로 재판부가 바뀌면 다음 재판부는 지금까지의 재판 과정을 서류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 측은 '기피 신청은 보통 공판에 앞서 하는 것'이라며 재판이 이날까지 50회, 1년 넘게 진행됐는데 1심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기피 신청을 하는 예는 사법 역사상 없었다고 강조했다. 기피 신청으로 절차가 중단된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이 안 돼 이 전 부지사의 구속 기간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검찰 측은 변호인이 핵심 혐의에 대한 방어보다는 재판 지연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진술 번복 논란을 일으켰던 이 전 부지사는 최근 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윤 기자 / 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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