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19일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의혹 사건 청문회에 출석했다. 권 전 과장은 청문회에서 경찰이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6일 댓글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 "대선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 과정(중간 수사 발표)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권 전 과장의 증언은 당시 경찰 수사가 김 전 청장의 외압으로 인해 축소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돼 논란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2013.8.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의 국정조사가 밋밋하게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조 청문회 증인이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때 아닌 '신드롬' 현상에 정치권이 씁슬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보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상 초유의 국조에서 여야 위원들은 국민들이 가져온 의혹들을 속 시원하게 파헤치지 못해 실망감을 안긴 반면 권 과장은 과거 5공 청문회 당시 청문회장을 나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명패를 던지며 활약해 스타덤에 올랐던 초선의원 시절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킬 만큼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권 과장은 '외압은 없었고 격려전화만 했을 뿐'이라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발언(16일 1차 청문회)을 뒤엎는가하면 다른 증인(서울경찰청 디지털분석팀)들과 상반된 주장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24일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회원수는 많지 않지만 '권은희 경정을 본받는 모임'이 개설됐고, 다른 카페에는 '권은희 과장은 스타가 아니라 우리의 양심입니다', '권은희 수사과장처럼 안정감 있게 대답하는 노하우 있을까요'라는 격려와 응원 글이 계속해서 게재되고 있다.
물론 '권은희 수사과장은 정당했는가?', '파면시켜야 되는거 아니냐', '권은희 비례대표 달겠구만'이라는 비판적인 글도 올라온다.
이와 관련, 국조특위 위원이었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권 전 과장의 증언에 대해 "서울경찰청장이 뭐라고 업무에 대해서 말을 하면 정당하지 않은 압박이었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냥 자기의 느낌일 뿐"이라며 "소신이면 좋은데 삐뚤어진 소신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광주 출신인 권 과장을 '광주의 딸'이라고 지칭했던 문희상 전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희망통신'에 '국정조사에 임하는 권은희 과장의 당당한 의인의 모습을 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권 과장을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지난 21일에는 김모군 등 수도권 지역 고등학생 7명이 '진실과 정의를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응원 메시지를 적은 종이팻말과 함께 자비로 산 빵 100개를 들고 송파경찰서로 권 과장을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송파서를 방문한 학생들 가운데 양모군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 과장을 잔다르크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준비가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며 "때문에 위원들은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고, 애초에 '노무현 명패사건'과 같은 속시원한 증인심문 모습은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고위관계자는 "국민들이 권 과장에 열광하는 현상까지 우리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김용판 전 청장이 수사를 축소·은폐했는지, 외압이 있었는지 아직 진실은 모르지만 거기에 대한 본인의 확실한 소신이 있어서 그렇게 증언한 것 같고 그 증언이 다른 증인들의 것과 다르다고 해서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주관적인 증언을 했는데 증언은 객관적인 것만 말해야 한다"며 "증인으로서 태도는 적절치 않고 사법부가 판단했을 때 권 과장의 증언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에게 열광하는 거품은 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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