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이슈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

'잊힐 권리' 구글·애플도 강화…변경·삭제 안되는 블록체인에서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블록체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독일 투자회사 임원 A씨는 어느 날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다가 구글이 연관 검색 결과로 자사 투자 모델을 비판하는 기사의 URL 링크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A씨는 구글에 해당 기사에 부정확한 주장이 포함돼 있다며 기사와 연관 검색 결과에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구글은 기사의 부정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A씨는 결국 독일연방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했다. 독일재판소는 유럽사법재판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유럽사법재판소는 사생활 및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가 원칙적으로 해당 정보에 접근하고자 하는 인터넷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보다 우선한다며 GDPR(개인정보보호법)상 A씨의 '잊힐 권리'를 인정했다.

정부가 오는 9월 발표할 디지털 권리장전에 '잊힐 권리'를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가운데 블록체인에 저장된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잊힐 권리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KISA(한국인터넷진흥원)는 최근 발간한 개인정보보호 월간동향분석 보고서에서 "잊힐 권리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절대 삭제하지 않는다는 속성을 보유한 블록체인과 상충하기 때문에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잊힐 권리란 정보주체가 온라인 플랫폼 및 기타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본인의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이 생활화되고 나서부터 온라인상에서 가장 필요한 국민 기본권 중 하나로 꼽혀왔다. 누군가 불법적으로 올린 자신에 대한 정보나 비방 및 험담, 사실이지만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콘텐츠 등이 온라인상에 남아있을 때 이를 없앨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DLT(분산 원장 기술)를 핵심으로 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중앙 서버가 아닌 여러 국가, 기관 및 사이트에 분산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한번 저장된 정보는 변경 및 삭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보안이 강해 모바일 학생증, 모바일 운전면허증 등에 활용되고 있다.

잊힐 권리는 전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개인정보보호 규정의 모범으로 불리는 EU(유럽연합)의 GDPR은 잊힐 권리를 상세하고 명확하게 규정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잊힐 권리를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애플은 2022년 6월30일부터 앱 내에서 계정 삭제 절차 개시가 가능하도록 내부 지침을 업데이트했다. 앱 개발자는 계정 삭제 옵션을 명확히 구현해야 하고 삭제 요청을 받은 개발자는 계정을 일시적 중지 및 비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계정 관련 모든 개인정보를 삭제해야 한다.

구글도 지난 4월 앱 개발자가 앱 내부와 온라인에서 모두 계정 및 사용자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안드로이드 앱에 대한 새로운 계정 정책을 발표했다. 새 정책에 따르면 개발자는 계정을 삭제할 때 해당 계정 관련 개인정보도 전부 삭제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을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이다. 개인정보위는 만 24세 이하 정보주체가 직접 삭제하기 어려운 과거 게시물을 쉽게 삭제하고 접근배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개인정보위의 잊힐 권리 시범사업에는 3개월 만에 3488건이 접수됐다. 16~18세 연령대의 신청이 가장 많았고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 △틱톡 △인스타그램 순으로 삭제 요청이 많았다.

KISA는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외에서 정보주체가 본인 개인정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 마련이 활발하다"며 "블록체인이 다루는 데이터는 대부분 가명정보이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블록체인 관련 개인정보보호 규제 논의 및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블록체인 데이터 컨트롤러 △정보주체의 권리 행사 방법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법적 근거 △개인정보보호 영향평가 필요 및 세부 수준 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