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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흔들리는 수입 곡물 시장

흑해 협정 중단한 러, 곡물 수출 역대최대... 전세계 식량난에 ‘반사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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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거리 외교’ 사우디, 러시아 곡물 가장 많이 수입해... 러시아 수출국 1년새 7곳 늘어

조선일보

2014년부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밀을 수확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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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지난달 곡물 수출량이 568만t으로 역대 최고 월 수출량을 기록했다고 러시아 국영 RT 방송이 러시아곡물연합(RGU) 집계를 인용해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작년 7월 수출액의 1.6배다. 지난달 17일 흑해 곡물 협정 참여 중단 이후 ‘농업 대국’ 우크라이나의 바닷길을 통한 곡물 수출이 급감하고 전 세계적인 식량난 우려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지난달 곡물 수출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러시아는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 곡물 수출이 안 되고 있다”던 러시아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경로인 흑해를 봉쇄했던 러시아는 같은 해 7월 곡물 협정에 참여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허용했다. 하지만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 재개가 서방의 비협조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RGU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달 밀 수출량은 454만t으로, 전체 곡물 수출의 약 80%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밀 수출을 통한 수익을 늘리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전문가를 인용해 분석했다. 밀은 우크라이나의 핵심 수출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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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러시아산 곡물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집계됐다. 러시아 곡물 수출량의 10.2%인 57만8000t을 사갔다. 사우디는 최근 미국과 러시아 사이를 오가는 ‘등거리(等距離) 외교’를 하면서 중동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어 튀르키예(51만8000t)·이집트(46만7000t)·이스라엘(34만5000t)·방글라데시(22만2000t) 등의 순이었다. 탄자니아(9만4000t)·수단(6만8000t) 등 러시아 영향권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입량도 많았다. 러시아의 지난달 곡물 수출 대상국은 33국으로 작년 7월(26국)보다 7국 늘었다. 브라질·페루 등 중남미 국가들이 최근 러시아와 교역에 나선 결과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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