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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내년 최저임금 1만원 이하? '주휴수당' 탓 알바도 '투잡'[김용훈의 먹고사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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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올해(9620원)보다 2.5%(240원) 인상된 금액입니다. 이를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입니다.

이 월급에는 미국이나 일본, 호주 등에는 포함되지 않는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습니다. 주휴수당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1주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급하는 것입니다. 주휴수당은 4인 이하 사업체에도 적용됩니다. 그래서 근로자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5일을 일해도 6일치 급여를 받도록 돼 있죠. 올해 최저임금 시급은 1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9860원이지만, 경영계는 실질적인 최저임금이 1만1832원(월 174시간 실제 근로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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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이하라고? 2019년 1만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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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천86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19일 서울역 대합실 TV에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밤샘논의 끝에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높은 시급 9천860원, 월급(209시간 기준) 206만74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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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는 무려 110일로 지난 2016년(108일) 기록한 역대 최장 기간을 갈아치웠습니다. 올해 최저임금 9620원에서 380원(3.95%)만 올라도 1만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정부 개입설’이 불거지면서 최저임금위가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고, 이를 의식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최대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10차례에 달하는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18~19일 1박2일 간의 마지막 전원회의 끝에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금액은 9920원이었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노총 간 의견조율 실패로 결국 사측이 제시한 986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2024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내년 최저임금에서 1.4%만 올라도 2025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습니다.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악화일로였던 2021년 기록한 역대 최저 인상률(1.5%)만 올라도 1만원은 넘습니다. 다만 미국과 일본, 호주, 유럽 국가 대부분이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내년 최저시급은 시간당 1만1843원입니다. 주휴수당을 감안한 시간당 최저임금은 이미 지난 2019년(1만30원)으로 1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대로 계산하면 2020년 1만318원, 2021년 1만474원, 2022년 1만980원, 2023년 1만1555원이며 내년의 경우 1만1843원입니다. 이러다보니 우리보다 ‘잘 산다’고 하는 나라들보다 오히려 최저임금이 많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대표 사례가 이웃나라 일본입니다. 일본은 미국, 호주 등과 함께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인데, 일본의 전 지역 평균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9년 874엔, 2020년 901엔, 2021년 902엔, 2022년 930엔, 2023년 961엔입니다. 지난 7월 4일 100엔의 가치가 우리 돈 898.98원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8640원쯤 됩니다. 우리가 980원가량 많습니다. 여기에 주휴수당까지 더한다면 2915원가량 차이가 납니다. 이 때문에 매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되면 나오는 이야기가 ‘주휴수당’입니다. 소상공인 입장에선 그만큼 주휴수당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주휴수당을 가린 채 시간당 ‘1만원’을 얘기하는 건 조삼모사 같은 짓”이라고 주장합니다.

주휴수당 포함하면 최저임금 '韓〉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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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건 우리나라 만이 아닙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유럽 국가 대부분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지만, 스위스, 대만,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터키 등은 주휴수당을 산입합니다. 근로자 입장에선 일하는 날은 5일이지만, 생활하는 날짜는 일주일에 7일인만큼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을 책정하는 게 너무도 당연한 것이겠죠. 또, 이러다보니 대부분 국가에선 장기 근무하는 저임금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금액보다 높은 급여를 줍니다. 앞서 예를 든 일본이 그렇습니다. 일본은 자국인에 대해선 최저임금 대비 30~40% 높은 임금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시장에 형성된 노임입니다. 대신 ‘외국인’에 대해선 최저임금을 적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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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는 대한민국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죠. 문제는 저임금 근로자 일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빼앗고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새벽 구로 인력시장에만 가도 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더 큰 부작용은 이른바 ‘쪼개기 아르바이트’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쓰기 어려운 서비스업 분야에선 주 15시간 미만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8조는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선 주휴수당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휴수당을 챙겨주지 않은 사업주들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를 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런 편법이 횡횡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휴수당 탓 '쪼개기 알바' 성행...알바도 '투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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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서 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이미 알바생을 최소한만 고용해 하루에 14시간을 일한다. 알바생도 투잡, 쓰리잡하고 있어 서로 불편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은 CU 자체브랜드 생수를 든 직원. [CU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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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쪼개기 알바’는 통계에서도 드러납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가 5년 전인 2019년 6월 133만 2000명에서 올해 6월 155만 6000명으로 약 1.2배 증가했습니다. 6월 기준 전체 취업자(2881만 2000명)의 5.4%에 달합니다. 이 탓에 근로자는 ‘알바’조차도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구인 일자리는 늘었지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든 셈입니다. ‘사장님’ 입장에서도 여러가지 경영상 판단을 해야 합니다. 장사를 해서 주휴수당까지 챙겨주고 나면 남는 게 없고, 14시간만 일하는 알바생을 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차라리 주휴수당을 없애고 시급을 1만원 이상으로 올리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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