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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물가 3.3% 오를 때 최저임금 2.5% 인상…저임금 노동 확대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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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한 시민이 내년도 최저임금에 관한 의견을 묻는 스티커 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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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최저임금위원회가 역대 두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내년 최저임금 시급을 9860원(월급 기준 206만740원)으로 결정했다. 많게는 334만7천명의 저소득 노동자가 내년 1월1일부터 9860원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9일, 전날부터 이어진 논의 끝에 2024년치 최저임금 시급을 9860원으로 결정했다. 근로자위원 최종안 1만원과 사용자위원 최종안 9860원을 놓고 표결에 부친 가운데, 최임위 위원 26명 중 17명이 9860원에 표를 던졌다. 기권 1명을 제외한 공익위원 7명이 사용자 쪽 안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와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 8월 초 확정된다.

2024년 최저임금이 적용될 내년 경제지표가 없어 정확한 분석은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누적된 물가 상승과 그에 미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했을 때 “저임금 노동자 생활수준이 또다시 뒷걸음질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견줘 찔끔 올라서 소득 격차와 불평등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9620원)보다 2.5%(240원) 오른 수준으로, 코로나 위기를 겪던 2021년(1.5%)을 빼면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작다. 특히 올해 3% 중반으로 점쳐지는 정부와 기관들의 물가 상승 전망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올해 물가상승률을 3.5%로, 정부는 7월 3.3%로 전망했다. 최임위는 이듬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이들 기관의 올해 물가 상승 전망을 기준으로 삼는데, 1%포인트가량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정부 등의 물가 전망을 반영해 최저임금이 결정된 2021년과 2022년조차,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1%, -0.04%로 결과적으로 2년 연속 하락했다.

물가에 뒤처진 최저임금은 우선 저임금 노동자의 소비 여력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전반적인 물가 상승 흐름은 완화되는 추세지만 라면 등 가공식품(7.5%), 전기·가스·수도 요금(25.9%) 등 임금 수준과 상관없이 생활에 필수적이거나 친숙한 품목을 중심으로 한 고물가는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자의 생계나 소비 여력이 아닌, 노동생산성 증가만 고려해도 내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내년 최저임금은 지난 2년 동안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논리였던 생산성 산식(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을 빼는 계산식)에 견줘도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생산성 산식을 따르면 3.6% 인상률에 해당한다. 노동자 한명이 평균적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에 견줘도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이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는 결국 소득 격차 등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을 받는 노동자를 의미하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9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박근혜 정부 이후 비교적 크게 오른 최저임금이 2020년 이후 그 증가폭을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규모가 65만(사업체노동력조사)~334만7천명(경제활동인구조사) 수준으로 큰데다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 임금이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결정되는 탓에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 비중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은 지난해부터 다시 늘기 시작한 저임금 노동자 규모를 한층 더 키울 수 있다.

더구나 노동으로 버는 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전체 소득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최저임금 노동자는 소득 대부분이 임금이고, 이 때문에 임금 인상이 제한되면 자산이나 이자 소득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만회할 수 있는 중간 이상 계층과 소득 격차는 한층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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