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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분노의 중산층] [2] 집값·전셋값·교육비·가계빚·취업난… 중산층, 5重苦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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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는 중산층]

집값은 하락, 전셋값·학원비는 치솟고… 조여드는 빚 족쇄

소득 상위 10%와 중산층 소득격차 20년새 4배로 벌어져

저성장 기조에… 재취업 家長 불과 35%, 자녀는 청년실업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명수(42·가명)씨는 연봉이 4300만원이지만 세금과 보험료 등을 떼고 나면 한 달 실수령액이 250만원 정도다.

서울 강북 집값의 대출 원리금(60만원)과 두 초등생 자녀 사교육비(60만원)를 떼고 나면 130만원이 남는다. 생활비가 모자라 2000만원 한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뒤 갈수록 빚이 늘고 있다. 경기 악화로 집값은 떨어지고 회사 사정도 나빠져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청나다.

김씨는 집값과 전세금 부담, 자녀 교육비, 가계 부채, 일자리 불안감이라는 5대 걱정거리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대표적 자화상이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한 것은 아니지만 부채 증가와 생활비 급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 상실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집값은 떨어지고, 전세는 치솟고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전용면적 82㎡ 아파트 가격은 2011년 3분기 3억3000만원에서 올해 3분기 2억7000만원으로 6000만원 떨어졌다. 2년 사이 2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또 서울 돈암동의 전용면적 59㎡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 2억6000만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4000만원 떨어졌다. 서울 전체적으론 이 기간에 아파트 가격이 10%가량 하락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주택 구매에 나선 중산층들이 많았는데, 이들 대부분이 큰 평가손실을 봤다"고 했다.

조선일보

서울 노원구 중계동 A아파트(85㎡) 전셋값, 집값 추이. 중산층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액 변화. 중산층의 2006년~2012년간 자산증가율과 부채증가율.


반면 전세 가격은 크게 올랐다. 서울 잠실의 전용면적 85㎡ 아파트 전세 가격을 보면 2010년 4억원에서 올해 6억원가량으로 크게 올랐다. 중산층은 교육 목적으로 학군이 좋은 지역에서 전세를 사는 경우가 많은데, 전세 부담이 5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교육비·부채는 늘고 자산은 제자리

중산층(소득 상위 40~60%) 소득에서 세금·4대 보험료·대출이자 등 비(非)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달한다. 92년(18만원)에 비해 2012년엔 3배 이상(62만원)으로 늘었다.

또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5.5%에서 지난해 7.9%로 확대됐다. 소득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삶의 여유는 더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1992년의 소득 상위 10%의 평균 소득은 280만원, 소득 40~50%의 평균 소득은 130만원으로 150만원 차이가 났다. 그러나 작년 두 계층의 평균 소득은 각각 399만원과 936만원이었다. 격차가 537만원으로 4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자산 증가도 만족스럽지 않다. 소득 상위 40~60%의 지난해 평균 자산은 2억3204만원이었다. 2006년의 2억188만원에서 불과 3000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로 하면 13%에 불과하다.

반면 빚의 족쇄는 더 심해졌다. 소득 상위 40~60%의 평균 부채는 3000만원에서 3900만원으로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 증가율의 2배가 넘는다. 그러면서 중산층이 짊어진 부채는 가처분소득의 138%를 차지했다. 중산층 가구의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8.5%에 달한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유모씨는 "한 달 380만원 정도를 손에 쥐는데, 이 중 80만원을 대출금 갚는 데 써야 한다"며 "요즘엔 외식 한 번 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씨는 "고소득층의 삶은 나아지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회사원들은 계속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육아 비용이 만만치 않아 애를 낳을지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노후 대비는 안 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 가장 가운데 제2의 일자리를 잡는 경우는 전체의 35.1%에 그치고 있다.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재취업이 안 되면 당장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녀들의 취업도 문제다. 전경련이 올해 대기업의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0%가 채용 인원을 줄이겠다고 했고, 늘리겠다는 기업은 14%에 그쳤다.

대기업 일자리는 전체 임금 일자리의 16.6%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경기 부진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하면 일자리가 7만개 정도 축소된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면서 중산층의 삶은 계속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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