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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논단]한동훈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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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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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보수진영 차기 대선 주자 1위에 올라 있다. 총선 차출설도 나온다. 장관 취임 1주년 땐 법무부 청사 계단에 지지자들의 꽃바구니가 수북이 놓였다. 그러나 그를 비판하는 뉴스도 이제 심심찮게 보도된다.

한 장관의 인기 요인과 장애물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빅카인즈 연관어 분석’을 해보니, 최근 3개월 54개 주요 매체에 보도된 5228건의 한동훈 관련 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등장한 단어는 검수완박, 민주당, 헌법재판소, 더불어민주당, 법무부, 시행령,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의겸 의원 순이었다(1~8위). 한 장관과 야당의 대립이 보도량을 늘리고 한 장관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인 것이다.

한 장관은 민주당이 공격을 걸어오면 ‘변증론’으로 불리는 ‘받아치는 논법’으로 맞섰다. ‘정치검찰의 야당 탄압’ 주장에 "통상의 지역 토착 비리" "범죄 혐의 개수가 많은 게 검찰 탓은 아니지 않으냐"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남국 의원이 자신의 가상화폐 의혹을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하자 한 장관은 "코인 하다 금융당국에 걸린 게 내 작품?"이라 했다. 한 장관은 써준 원고를 보고 읽는 장관의 스테레오타입을 깼고 민주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청량감을 줬다.

상대 투수의 강속구를 정타로 받아치는 타자처럼, 야당 측 공세 에너지를 역이용해 반격했다. 이런 식으로 번번이 야당을 위축시켰고 보수 관전자 사이에서 탄성 효과를 냈다. 정치권력의 총합은 ‘직책에서 나오는 권력’에다 ‘말로 여론을 설득해 얻는 권력’을 더한 것이다. 그는 후자를 활용해 법무부 장관의 정치권력을 확장해온 셈이다.

한 장관처럼 야당과 자주 논쟁하고 어휘와 논리를 개발하면서도 말실수도 없는 장관급 인사는 드물다. 그의 말은 윤석열식 법치·자유 이념을 전한다. 이런 비운동권 출신 이데올로기의 등장은 오랜만이다. 보수진영은 한동훈의 희소가치를 느끼게 된다. 한 장관의 주목할 만한 다른 행적은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수사 완전 박탈) 법을 검수원복(검찰수사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돌려놓은 점이다. 검수원복이 없었다면, 대장동, 백현동, 돈 봉투 수사는 어려웠고 정부는 야당에 끌려다녔을 것이다. 한 매체는 한동훈이 사안을 잘 비트는 홍보 기술자인 ‘스핀 닥터’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안을 비튼 사례는 별로 없었다. 다른 매체는 한동훈에게 전투적 행보를 거두고 가치와 비전을 내놓으라 했다. 이 말대로 전투 대신 가치 장사를 하면 관심은 뚝 떨어질 것이다.

한 장관 앞의 장애물은 따로 있다. 그가 윤석열 정권의 아이콘인 이상 사소한 도덕적 결함도 쟁점이 된다. 김의겸 의원은 법무부 문자 공지 시스템을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한동훈을 공격했다. 가짜 뉴스였지만, 윤리 문제가 표적임을 암시한다. 언행의 적절성을 따지는 시비는 그가 정계 진출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둘째는 정계 진출 시의 진입 비용이다. 보수 1위 주자인 그는 대권을 그려볼 터다. 막상, 정치권에 입문하면, 총선, 당권, 대권 단계별로 판단 착오도 하고 당내 저항에도 부딪힌다. 자기 진영에서의 공격이 더 아픈 법이다. 쌓아놓은 이미지는 오염될 수밖에 없다. ‘또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는 저항감도 그에겐 극복해야 할 부분이 될 수 있다.

한 장관은 지금 누구를 자신의 롤모델로 여길까. 아마 ‘언변으로 40대의 나이에 미국 대통령이 된 법조인 버락 오바마’를 떠올릴지 모른다.

허만섭 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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