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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권위의 장막을 벗겨내다!...하이디 부허 '탈각의 저항'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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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에 저항해온 페미니즘 작가 하이디 부허의 국내 첫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권위와 관습의 장막에서 벗어나 해방과 자유의 세계를 모색한 그의 예술혼을 이으려는 한국 여성 작가 3명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시선을 모았습니다.

이교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전시장 한복판에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듯한 거대한 막이 처져있습니다.

프로이트와 함께 '히스테리'를 여성 특유의 정신질환으로 분석한 정신과 전문의 빈스 방거의 진료실을 토대로 만든 조각입니다.

진료실 표면에 액상 라텍스를 바르고 굳힌 뒤 껍질을 벗겨내듯 뜯어내 만든 것인데 하이디 부허는 이 같은 '스키닝' 기법 작업을 '피부를 생성하는 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상처에서 새살이 돋듯 남성 중심주의와 가부장적 위계질서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새로운 해방과 저항의 공간으로 재구축하는 시도입니다.

[문지윤 / 아트선재센터 프로젝트 디렉터 : 아버지의 서재가 상징하는 가부장주의에 대한 어떤 위계적 공간, 그리고 빈스방거 박사의 치료실이 대표하는 남성 중심주의적인 어떤 위계적 공간, 하이디는 이런 위계성으로부터 몸의 해방을 꿈꿨습니다.]

허물을 벗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상징으로 잠자리를 형상화했고, 스티로폼으로 '입고 움직이는 조각'을 만드는 등 조각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말년에는 생명과 변화의 원천인 물에 관심을 두는 등 끊임없이 소재를 바꿔가며 평생 해방과 자유를 향한 변신을 거듭했습니다.

[인디고 부허 / 故 하이디 부허 장남 : 어머니 작업의 변화 동기는 앞서 우리가 말했듯이 이전 전시회 제목이었던 '변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이는 고통, 사랑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이디 부허의 아시아 첫 회고전과 함께 박론디, 박보마, 우한나 등 30대 한국 여성 작가 3명의 오마주 전시회도 열렸습니다.

[우한나 / 작가 : 주류이고 그래서 쉽게 뭔가를 점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들이 있는데 왜 그래야만 하는지 계속 이야기하는 그런 작업이 저와 닮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디 부허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이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그가 고민했던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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