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조차 미안…친부·계모 죗값 치르게 해달라"
학대 사망 초등생의 친모가 연합뉴스에 보내온 이메일 |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12살 초등학생의 친모가 아들의 죽음에 고통을 토로하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숨진 초등생 A(12)군의 친모 B씨는 9일 오빠를 통해 연합뉴스에 전달한 글에서 "아들아. 그동안 겪었을 너의 고통에 내가 살아있는 것조차 너무 미안하다"며 "할 수 있다면 우리 아들 대신 내가 하늘로 가고 싶다"고 극심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엄마가 다 잘못한 거니 엄마를 용서하지 말라"며 "피멍이 들어 주검이 된 너의 모습이 아닌 환하게 웃는 내 아들의 모습으로 머지않아 하늘에서 보자"며 숨진 아들에게 미안함과 그리움을 함께 전했다.
A군 유가족에 따르면 그의 친부 C(40)씨는 B씨와 2011년 3월 결혼해 7년 만인 2018년 이혼했다.
C씨는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계모 D(43)씨와 재혼했고 둘 사이에서 낳은 자매와 A군을 함께 키웠다.
친모 B씨는 "결혼한 뒤 C씨의 상습적인 외도와 폭행으로 여러 차례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했고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며 "결혼 생활을 이어갈 자신이 없어 이혼을 요청했으나 C씨가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아이 양육권을 넘기겠다는 합의 하에 이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씨는 그러나 이후 A군을 보고 싶다는 친모의 요청에 욕설을 하거나 '엄마를 만나면 아이가 더 적응을 못 한다'며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A군이 다니던 학교 담임교사로부터 '아이가 등교하지 않는다'는 전화가 친모에게 걸려오기도 했다.
B씨는 "당시 전화를 받고 2박 3일 동안 아이 집 주변에 숨어 아들을 보려고 했지만 나타나지 않아 지방에 있는 남편 시댁을 찾아갔다"며 "부모 없이 시댁에 방치된 아이를 발견했지만 다 떨어진 신발을 구겨 신고 또래보다 마른 아이만 볼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마음이 아파 변호사를 선임해 친권 양육권 이전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경찰 연락을 받고서야 이 사건을 알게 됐다"며 "경찰서에 도착할 때까지도 '내 아이가 아니겠지'라며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잡았으나 내 아이가 맞았다"고 절망했다.
숨진 A군의 시신은 심각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의 몸무게는 30㎏가량으로 또래 초5 남학생들의 평균 몸무게인 46㎏보다 훨씬 말랐고 온몸에 보라색 피멍이 든 상태였다.
B씨는 "아이는 피골이 상접해 치골이 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말라 있었고 이마와 입술에는 멍과 자상이, 온몸에는 멍이 아닌 피멍이 들어 있었다"며 "그런데도 현재로선 가해자들이 어떤 죄의 대가를 받게 될지도 알 수 없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경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C씨와 그의 아내 D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자택에서 아들 A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 등은 초기 조사에서 "몸에 있는 멍은 아이가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며 학대 혐의를 부인했으나 이후 "아이를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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