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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일 의원 2년 반만에 만났는데…“일본이 형님” 日망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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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형님”이라는 일본 의원의 망언에 2년 반만에 재개된 한일 양국간 의회 교류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일본을 찾은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은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문제의 발언은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郞) 일본 중의원이 지난 4일 일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했다. 에토 의원은 한일 간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한일의원연맹의 일본 측 파트너인 일한의원연맹 소속이다. 일본 자민당에서도 최대파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이끌던 아베파의 최고 고문으로 영향력이 있다. 자민당 내 친한파(親韓派)로도 분류되는 인사로, 중의원 부의장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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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소재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과 일한의원연맹 합동 간사회의에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윤호중(왼쪽에서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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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에토 의원은 전날 자민당 모임 뒤 일본 기자들과 만나 한일관계에 관련한 질문을 받고 “한국은 어떻게 보면 형제국, 확실히 말하면 일본이 형님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확실히 연계하고 협조해 한국을 잘 지켜보고 지도한다는 큰 도량(度量)으로 한일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형님뻘인 이유에 대해 그는 일제강점기 시절을 꺼내 들었다. 에토 의원은 “과거 한국을 식민지로 만든 적이 있다”면서 “그걸 생각하면 일본이 한국에 어떤 의미에선 형과 같다”고 부연했다.

일본 기자로부터 ‘한일관계가 대등하지 않냐’라는 질문을 받고도 그는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국민은 미·일 관계가 대등하다고 생각하냐”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마찬가지로 한국이 ‘한일관계가 대등하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일본이 항상 지도적인 입장에 당연히 서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경제력이든 전후 일본의 국제적 위상이든, 국제기구에서의 지위든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일본이 상위에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 ‘강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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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일 의회 교류 복원 차원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은 우려를 표했다. 에토 의원이 발언한 같은 날지난 4일 도쿄(東京)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한일의원연맹 의원 10 명은 일본 의원들과 합동회의를 열어서다. 합동회의는 약 2년 반 만의 일로, 이 자리에서 양국 의원들은 ‘비자 면제 재개’를 위해 노력하자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간사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의원은 5일 오전 도쿄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에토 의원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런 인식이 최근 10년 내 일본에서 많이 있었던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일의원연맹 차원의 항의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단독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의논해 결정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에토 의원의 발언이 ‘실언’이라며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합리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코 일본에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선린 우호 관계를 계속 증진시키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정치인의 사려 깊은 태도와 언행이 필요하다”고 에토 의원을 꼬집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런 망언은 단순 실수라기보다는 계획된 언어가 아니었겠냐”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뒤에 식민지 상황을 언급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비난했다. 양 의원은 “한일의원연맹 차원에서 바로 사과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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