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억류문제 또다시 여론화 시도
북한의 특별교화소에서 농사노동 하고있는 케네스 배씨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특별교화소'(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가 교화소에서 농사노동을 하고있는 모습. 2013.7.3 <<조선신보>> nkphoto@yna.co.kr |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특별교화소(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의 수감 생활을 이례적으로 공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3일 평양발 기사에서 배씨의 인터뷰와 함께 수감 생활을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오전 6시 기상으로 시작해 오후 10시 취침으로 끝나는 배씨의 하루 일과를 시간대별로 소개하고 특별교화소와 배씨의 감방 분위기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조선신보는 자사 기자가 지난달 26일 북한 당국의 승인을 받은 후 특별교화소에서 배 씨를 만났다고 밝혔다.
북한이 배 씨의 근황을 공개해 미국인 억류 문제를 다시 부각함으로써 북미접촉을 위한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억류 중인 미국인을 북·미 대화를 위한 카드로 종종 활용했다.
2009년 북한이 억류 중이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석방 문제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끌어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아 극도로 고립된 상황이었으나 미국인 여기자들을 석방하면서 북·미 대화 국면을 열 수 있었다.
조선신보가 이날 보도한 케네스 배 씨의 인터뷰에서도 배 씨의 석방을 요구하는 인도주의적 여론을 자극해 미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인다.
배 씨는 인터뷰에서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동맥경화증, 허리 통증 등 지병을 앓고 있다며 수감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한 데 이어 이달 4일이 부친의 70세 생일이라며 미국으로 돌아가 축하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노력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북한이 배 씨의 수감생활을 공개한 통로로 북한 관영매체가 아닌 조선신보를 택한 점도 주목된다. 조선신보는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대변해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북·미 고위급 대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문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대화 조건을 위한 미국과의 기싸움에서 억류 미국인 문제를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ljglory@yna.co.kr
조선신보와 인터뷰하는 北수감 케네스 배씨 (서울=연합뉴스) 북한의'특별교화소'(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 인터뷰 하고있는 모습.2013. 7. 3 <<조선신보>> nkphoto@yna.co.kr |
케네스 배씨가 수감된 北 특별교화소 (서울=연합뉴스)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가 수감 중인 북한의 특별교화소 내부 모습.2013. 7. 3 <<조선신보>> nkphoto@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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