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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4대 쟁점은… “n번방·선거범죄 등 제대로 수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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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설명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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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은 통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26일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히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지검장은 중재안 처리를 재고해달라고 국회에 호소하면서 정진우 1차장검사와 박철우 2차장검사, 진재선3차장검사, 김태훈 4차장검사와 함께 중재안의 문제점을 4가지 쟁점으로 나눠 설명했다.

◆쟁점1: 송치사건 보완수사 범위 축소…“일체 추가 수사 제한”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따르면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범죄의 ‘단일성·동일성’을 벗어나는 검찰의 보완 수사는 금지된다.

중재안은 이를 ‘별건 수사 금지’라고 적었다. 법사위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단일성’ 문구를 삭제하고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로 보완 수사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검찰은 현재도 송치사건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한정해 보완 수사가 인정되고, 무분별한 별건 수사는 금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제한 규정 때문에 현재도 살인 송치 사건에서 피의자가 불을 지르려 한 사실을 확인해도 빠른 실체관계 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일체의 추가 수사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되면 단죄돼야 할 범죄가 암장된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n번방’ 사건처럼 ‘불법 촬영 및 영상물 유통’으로 송치된 경우 ‘범죄단체 조직’ 혐의는 추가 확인하지 못하고 단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후곤 대구지검장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동 학대 사건에서 성폭력 사실을 확인해도 직접 수사하지 못한다”는 등 20가지 예시를 들며 중재안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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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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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사건 송치 후 진범·공범의 도주 가능성에 대한 대응 공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 및 피해 구제 곤란 △범죄수익 추적 및 환수 역량 약화 △무고 범죄 수사 공백으로 고소·고발 남발 가능성 등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검찰은 “현재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하더라도 이행 여부는 경찰의 선의에 맡겨질 수밖에 없고, 경찰 수사 지연시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며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검찰 보완수사를 강화하는 건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나아가 국민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기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재안의 ‘별건수사’ 금지 취지는 현행 규정으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고, 필요시 ‘별건수사’ 금지에 대한 선언 규정 신설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쟁점2: 선거범죄 수사 공백…“단기 공소시효 없애야”

중재안이 현안대로 통과되면 검찰은 직접 수사가 가능한 기존 ‘6대 범죄’ 중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4개 범죄는 직접 수사하지 못한다.

검찰이 특히 우려하는 건 선거 수사 공백이다. 검찰은 △당선자 사건 △공무원 개입 등 조직범죄 △매수행위 등 법리가 복잡한 사건들을 주로 직접 수사해왔다. 국정원 댓글 대선 개입 사건이나 청와대 하명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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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국 법무부 차관과 대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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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앙지검은 선관위로부터 여가부 대선 공약자료 제공 사건을 고발받아 직접 수사 중이며, 주요 정당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60여건을 직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처럼 법률 검토와 증거 수집을 적시에 병행해 전문 수사 역량을 발휘한 범죄들을 앞으로는 수사하지 못하는 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검찰은 “대체 기관 등 아무 대안도 없이 검찰 직접 수사를 폐지한다면, 이미 맡은 사건이 많은 경찰이 검찰의 전문 분야까지 소화할 역량을 단기간에 구축하긴 불가능해 심각한 수사 공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선거 사건의 공소시효가 6개월로 초단기라는 점이다. 현행 법규는선거 사범을 조속히 처리해 선거로 인한 정국 불안정 상태를 신속히 해소하고, 당선인 등 이해관계인의 조속한 법적 안정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원칙적으로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라는 단기 공소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법정형에 따라 5년, 7년, 10년 등으로 규정한 일반 형법상의 공소시효보다 매우 짧다.

독일의 경우 선거범죄 공소시효를 따로 두지 않고 있고, 미국 역시 우리보다 긴5년의 시효를 인정한다. 일본은 1962년 단기 공소시효 규정을 삭제해 일반 범죄와 동일하게 공소시효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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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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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검찰 내에선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서 선거범죄를 제외하는 것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선거범죄 공소시효 정상화에 관한 검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직접 수사 대상에서 선거 범죄를 뺀다면 단기 공소시효라도 없애 충실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은 대형참사를 직접 수사하지 못할 경우 검찰의 중대 재해 수사 관여가 제한될 우려가 크다고도 주장한다. 과거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이나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에서 노동청,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효율적인 수사를 했는데, 앞으로는 검찰 역할이 대폭 축소될 거란 우려다.

◆쟁점3: 수사·기소검사 분리…“기형적인 사법제도 우려”

검찰은 중재안이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직접 수사의 경우 수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도록 한 것도 문제라고 본다.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나 특별검사와 제도적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은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지 않고 있다.

특별검사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수사의 공정성 담보를 ‘수사와 기소 분리’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결국 검찰청 검사의 수사를 금지하려는 것이 숨은 의도라는 지적이다. 검찰은 중재안이 통과되면 “기형적인 사법제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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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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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내에서 수사 기능과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도하고 있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가 그 판단에 필요한 점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금융범죄, 자본시장 교란 범죄 등의 경우 수천 건의 디지털 증거와 계좌 등 분석, 수백 명의 당사자 조사 등을 한 수사 검사가 공판에 참여하지 못하면공소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구분하는 것은 재판에서 심리한 판사와 선고를 하는 판사를 분리하는 것과 같다”고 비교했다.

또 국정농단 사건, 대장동 사건, 삼성 사건 등처럼 대규모 인력을 수사에 투입한 경우 그만큼 공소 유지팀을 따로 꾸려야 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수사 검사가 공소 유지도 못 하게 하는 건 수사의 공정성과 무관할뿐더러, 현실적으로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수사검사의 범위를 주무검사, 부장검사,차장검사, 검사장 중 어디까지 해석할지 모호하고, 기관장 및 중간 간부가 같은 상황에서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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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차장검사들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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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4: 직접수사 단계적 폐지…“검수완박 추진 명분과 무관”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 전국 5개의 반부패수사부를 3개로 줄이고, 부서 소속 인원도 제한했다. 나아가 국회 사법개혁특위를 거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이마저도 모두 없애야 한다.

검찰은 중재안의 검찰 직접수사 단계적 폐지는 '수사 공정성 확보'라는 검수완박 추진 명분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수사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이 의심되면 수사착수나 기소 등 단계별로 내외부 통제 장치를 두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경찰 권한의 비대화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 수사지휘권이나 통제권을 폐지한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견제·보완할 직접 수사권까지 폐지하면 경찰 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폐지로 그간 축적해온 부패 수사 노하우가 해체된다는 걱정도적지 않다. 공직자 범죄나 방위사업범죄처럼 분야별로 특화된 전문수사 역량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그럼에도 국회가 중수청을 설치해야 한다면 실효적인 사법 통제를 위해 검찰의 지휘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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