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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 스위스, 한국이민 세대를 위한 한인회의 역할과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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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한인회 조경하 회장을 통해 들어 본 현재 한인회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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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레만 호수에 있는 제도 분수 © 픽사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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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에르=뉴스1) 신정숙 통신원 = 날씨가 따듯해지는 5월이 되면 레만호수에는 하늘로 물줄기가 시원하게 솟아오른다. 제도분수(Jet d’eau)다. 이 분수는 제네바를 찾는 사람들에게 상징적인 기념물로 기억에 남아 레만호가 스위스의 3개주(제네바Geneve, 보 Vaud, 발레 Valais)와 프랑스의 오뜨싸부아주(Haute-Savoie)에 걸쳐 있다는 사실도 잊게 한다. 영어와 독일어로 ‘제네바호수’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스위스내 공식 명칭은 레만호수(락 레망Lac Léman)다.

국가 면적이 한국의 &frac12; 남짓한 크기의 스위스는 4개의 공식언어가 있다. 때문에 언어권이 다른 주 또는 같은 주더라도 언어가 다른 지역에 가면 바로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2-3개 언어를 다양하게 구사하는 스위스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 교민들에게는 한국어로 소통은 할 수 있지만 주 사용언어가 달라서 서로간의 교류가 쉽지 않다.

◇스위스내에 운영중인 다섯 개의 지역 한인회와 한인연합회

스위스에는 지역에 따라 동부한인회(독일어권과 로망슈어), 레만한인회(불어권), 바젤한인회, 베른한인회, 취리히한인회가 있고, 이 다섯 개의 한인회를 연합한 스위스 한인연합회가 있다. 교민을 연결하는 협회 수도 적지 않고 이들 단체외에도 지역마다 종교 모임, 한글학교 모임, 입양인 모임 그리고 카페를 통한 모임도 있어 한국인들을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들이 있다.

하지만 교민 1세대들에 의해 시작된 한인 모임은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서 점점 그 규모도 작아지고, 모임의 횟수 뿐만 아니라 참여율도 저조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의 발달이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 공간을 통해 서로 만날 수 있고, 그 만남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남이 쉬워졌고, 빨라졌고 그리고 편해졌다.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세대들은 소외되었고, 만남의 깊이가 줄어들어 그야말로 '찐친'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스위스 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공식적인 기관이 대사관, 영사관 그리고 정부 관련 기관이라면 이런 한인회는 비공식 대표 기관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스위스에 살면서 한국에 대한 정보나 소식을 알려주기도 하고 실제로 교민들은 한국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제대로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스위스에서 출생해 자란 세대들에게 한국 문화 어떻게 알릴까?

한국에서 태어나 스위스로 이주한 세대들은 한국의 언어나 문화에 그래도 익숙하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 되어도 그들의 뿌리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 언어가 주 언어인 세대들은 다른 것 같다.

필자의 딸의 경우도 불어가 주 언어이고 한국어를 이해하지만 말은 잘 하지 못한다. 한글학교에 데려가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했지만 주변에 필자를 제외하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한정적이다 보니 우리말을 배워야 하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알고 있는 한국어라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이에게 한국어로만 말하려고 한다. 다행이라면 최근엔 K-pop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노래를 찾아듣기 시작했고 가사를 이해하진 못해도 지속적으로 노래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고 있다는 것과, 필자와 함께 종교모임에 참석해서 한국인들과 꾸준히 교류를 하고 있는 것 그리고 태권도를 배우면서 좀 더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유튜브나 소설네트워크라면, 직접적으로 한국 문화를 스위스 내에서 접할 수 있는 통로가 한인회와 같은 모임이 될 것 같다. 한인회에서 주최하는 명절 행사는 가족을 넘어 마을 공동체가 함께 즐겼던 축제의 의미를 알아가는 뜻깊은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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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한인연합회 개최 '스위스 한인 친선체육대회' 청소년 댄스 장기 자랑. © 스위스한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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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이끌어 갈 수 있는 활동 필요"

스위스 레만한인회를 3년째 맡고 있는 조경하 회장을 만났다. 그는 스위스 로잔대학에서 금융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이면서 전공과 관련한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퀴리대학에서 확률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파리남부 에브리대학에서 근무하다 1998년에 로잔대학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그때 스위스 자연환경이 마치 한국과 비슷하여 너무 마음에 들어서 파리에 남아있던 가족들을 산에 있는 샬레로 초대해 스위스에서 살자고 제안했단다. 멋진 스위스 알프스의 풍경을 본 아들과 학위를 마친 부인도 스위스가 마음에 들어 살게 되었다고 한다.

조경하 회장에게 레만한인회의 활동과 회장을 맡게 된 동기에 대해 물었다.

“레만한인회는 1999년 6월 당시 제네바 한인교회 이재철 목사님의 주선으로 레만호 주변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모여 시작되었어요. 지금은 기존의 지역을 포함, 불어를 사용하는 스위스 서부지역의 모든 한인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0여년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제가 많은 것을 받기만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답례를 하고 싶었고, 그 일환으로 한인회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레만한인회는 20년 동안 매년 설날과 추석에 행사를 열어 교민을 초대해서 명절도 함께 나누고 아이들에게 그 의미도 알려주고자 했죠. "

그런데 2019년 조경하 회장이 한인회를 맡고 난 다음 해 코로나로 인해 모임은 축소되거나 취소되었고, 그나마 있었던 행사도 참여율이 저조했다고 한다. 한인회에 대한 예전같지 않은 관심과 참여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궁금했다.

“저희 한인회는 이곳 한인사회가 잘 결속되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종교모임, 한글학교, 입양인 모임 등 여러 소규모 한인단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단, 어떤 한인단체에도 속하지 않은 분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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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한인회 조경하 회장. © 조경하


◇한인회 활동이 원활하려면 교민들의 관심, 참여, 후원 절실

조경하 회장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지원과 후원이 잘 된다면 한인회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 같다고 했다. 지금까지 회원들의 연회비로 운영되어 왔는데 (큰 금액은 아니지만 부담이 될 수도 있기에) 앞으로는 다소 여유 있는 교민들의 후원 체제로 전환을 고려 중이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한인회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실 차세대에 대한 가장 큰 과제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 확립이고 이를 위해 한국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뉴스레터 제작 등 이곳 청소년들이 한국어로 유급 봉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한국어 습득의 동기부여와 실제 일하면서 더욱 잘 배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또한 소규모 가정 한글학교에 대한 지원도 한인회의 몫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교민들은 2년 동안 한국에 갈 수 없었다. 2021년 여름 제한된 조건하에 한국은 잠시 국경을 열기도 했지만 수속 절차 뿐만 아니라 14일의 격리 기간을 감당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런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앞으로 또 발생한다면 교민들은 한국의 가족을 만나러 가는 일이 예전처럼 쉽지 않을테고 채우지 못한 가족의 그리움과 문화적인 갈증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럴 때 한인회와 같은 모임의 역할이 더 크지 않을까?
sagadawa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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