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1%, 0.88%, 1.02%.
포털 사이트 ‘줌(zum.com)’의 4월 한 달간 주간 점유율 성적표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줌은 4월 첫 주 검색 점유율 1.1%를 기록하며 설립 이래 처음으로 1% 벽을 넘었다. 4월 3주 차에 1% 밑으로 떨어지긴 했으나 곧바로 회복해 월평균 1%를 사수했다.
네이버(72.06%), 다음(21.76%)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검색 시장에서 “1%가 뭐 대단한 수치냐”며 괜한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할 수 있겠으나, 줌이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게 지난해 2월이다. 1년 남짓 만에 점유율 1%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파란과 야후는 1%에도 못 미치는 점유율을 기록하다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했다. 한때 네이버, 다음을 위협했던 네이트도 1.6~1.7%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04년 국내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은 10년간 노력 끝에 겨우 2%대의 점유율로 올려놓았다.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은 “첫해 3% 점유율을 기록하겠다고 야심 차게 발표했지만 막상 진출해보니 네이버 지배력이 대단했다. 다른 경쟁업체도 생각보다 잘해 지난해 3%는커녕 1%도 달성 못 했다”며 아쉬워했지만, 시장은 ‘놀랍다’는 평가다.
2011년에 설립된 포털 줌인터넷은 ‘알집’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기업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다. 블로그 전문 검색엔진 ‘나루’와 블로그 서비스 ‘이글루스’를 탄생시켰던 박수정 대표가 검색 부문을 책임지고, 이스트소프트에서 알약·알툴바 등 제품을 개발한 정상원 부사장이 포털 서비스를 총괄한다. 지난해 3월에는 ‘진대제 펀드’로 유명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투자 금액은 100억원. 줌이 개방형 포털을 지향한다고 하자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곧바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설립 개방형 포털로 생태계 회복 앞장선다
줌이 월평균 600만명이 방문하는 포털 사이트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개방성과 관련이 있다. 닫힌 포털의 대명사 네이버에 지친 사용자들이 대안 포털로 줌을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 실제 다음, 네이트, 구글이 현상 유지를 하는 가운데 네이버만 올 초 74%가 넘던 점유율이 최근 72%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에 개편된 줌 시작 화면을 들여다보면 겉보기에는 네이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개방형 포털을 추구하는 구글 사이트처럼 달랑 검색어 입력창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뉴스, 쇼핑, 이슈 검색어 등 온갖 서비스가 추가됐다. 정상원 부사장은 “시작 화면에 여러 부가 서비스가 붙었다고 해서 개방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대형 포털이 만들어 놓은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뿐이다. 다들 총칼 들고 싸우는데 혼자 칼만 들고 싸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또 “열린 포털과 닫힌 포털의 차이는 검색을 했을 때 사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재빨리 이동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양성을 추구할 때 탄탄한 콘텐츠도 생겨나게 된다”고 덧붙인다.
줌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배경에는 네이버와 다른 뉴스 보기 기능도 한몫했다. 줌의 메인화면 왼쪽에 위치한 뉴스박스의 원하는 기사를 클릭하면 새로운 창이 열리는 게 아니라 바로 오른쪽에 해당 기사가 뜬다. 창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속도가 빨라졌을 뿐 아니라 낚시성 기사는 바로 넘길 수 있다. 포털에서 뉴스는 검색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관문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뉴스 차별화는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끌어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줌인터넷은 설립된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 검색·디스플레이 광고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 검색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지난해 매출은 50억원대. 올해 13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07호(13.05.15~05.21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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