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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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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가 돌아왔다"…트럼프와 달랐던 바이든 첫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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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차분한 분위기"

말싸움장이었다는 트럼프 첫 기자회견과 대조

외신 "미국 대통령의 정상적인 모습 볼 수 있었어"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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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64일 만에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때마다 논란을 낳았다는 점에 비추어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시작전부터 관심이 집중됐었다. 78세로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이 장시간 이어지는 기자회견을 잘 소화해낼지도 관심거리였다.


25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첫 공식 기자회견은 대체로 언론의 예상대로 흘러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자와의 말싸움, 감정적 언사, 자기자랑 등으로 채워진 전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달리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적인 면모, 품위를 갖춘 기자회견이었다는 것이 미 언론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기자회견이 역대 대통령들의 첫 기자회견보다도 관심이 더 쏠리게 됐던 배경 중 하나는 바로 기자회견의 시기였다. 기자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취임한 지 한 달째에 실시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보다도 더 늦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신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바로 기자회견의 시기가 아닌 바이든 대통령의 언변 스타일이었다. 올해로 78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지난 대선후보 시절부터 붙여진 별명은 '슬리피 조'(Sleepy Joe)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붙인 이 별명은 말 그대로 바이든이 잠자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그가 평소에 연설에 나서거나 인터뷰를 할때 말실수가 잦고 종종 자신의 발언을 까먹는 것을 비꼰 것이다.


하지만 70여분간 이어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잦은 말실수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이 전임 대통령과 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외신의 평가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트럼프와 달리 감정의 기복이 없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며 "오히려 이러한 차이점이 바이든 대통령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난장판", "말싸움장"이라는 평가의 트럼프 첫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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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위협적 언사를 내비치며 감정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일부 기자와는 설전을 벌이면서 기자회견이 아닌 말싸움 장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시민들의 적"이라는 비난으로 시작해 뉴욕타임스 기자에게는 "당신들 언론사는 이미 망해가고 있다"고 말하고 CNN 기자를 향해서는 "쓰레기들의 집합소"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해 일부 허위 정보가 포함된 자기 자랑으로 기자회견 시간의 대부분을 채우기도 했다. 단적인 예로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대선 승리와 관련 로널드 레이전 전 대통령 이후 가장 큰 선거인단 표차로 승리했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보다도 더 낮은 선거인단 수를 얻었다.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부터 속마음을 알 수 없을 만큼 감정적인 발언을 쏟아냈었다"며 "그런 점에서 그가 자유세계의 지도자가 된 이후 진행한 첫 기자회견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수많은 논란을 야기한 그의 언변 태도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위에 올라서도 이어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말실수 있었지만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의 바이든 기자회견…"품위 볼 수 있었어"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감정적 언어, 비설적 표현, 과도한 자기자랑 등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중간에 바이든 대통령 자신이 했던 발언을 다시 수정하는 등의 사소한 말실수 이외에는 외신이 우려했던 과도한 말실수도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NBC뉴스는 "전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공격적으로 대응했다"며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수많은 비판적 질문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특파원 자격으로 참가했던 호주매체 시드니모닝헤럴드의 매튜 놋은 "전임 대통령의 기자회견보다도 훨씬 더 차분한 분위기였다"며 "기자들 역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친절한 태도로 질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CNN의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필리버스터 관련 질문을 하면서 "필리버스터가 흑인 분리법 등 억압적 법안 통과가 남발했던 '짐 크로우'(Jim Crow)세대의 유산이냐"는 우회 질문을 던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고 답했다. 곧바로 CNN 기자는 "그렇다면 왜 필리버스터 완전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수 초간 머뭇거리며 제대로 답하지 못하기도 했다.


인디펜던트는 "이번 바이든의 기자회견이 확실히 보여준 것은 품위였다"며 "난장판 그 자체였던 직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달리 드디어 미국 대통령의 정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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