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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공매도 결정 기다려달라" 한발 물러선 금융위…'개미' 또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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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2021년 업무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공매도 재개 문제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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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반발 통해 양도세·대주주 요건 등 방침 변경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3월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센 공매도 금지가 연장될지에 시선이 쏠린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2021년 업무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공매도 재개 문제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은 위원장은 "공매도 관련 사항은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해왔으며 앞으로도 결정할 문제"라며 "저를 포함한 금융위 직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속시원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 발표는 앞서 금융위가 공매도 재개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과는 미묘하게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1일 금융위는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 "현재 시행 중인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오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다"며 공매도 금지 연장 이슈에 대해 일축했다.

그러나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공매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나오는 반대 목소리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19일 오후 6시 기준 15만6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이후 주가가 내렸을 때 낮은 가격에 되사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는 기관과 외국인 등의 시세조종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개인투자자들은 이같은 이유로 피해를 호소하며 공매도의 폐지를 요구해왔다.

공매도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증시안정 등의 이유로 한시적으로 금지됐다가 오는 3월 16일로 재개가 미뤄진 상태다.

공매도 재개를 한달여 앞두고 이번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수용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개인투자자들은 앞서 공매도금지 연장·금융투자 양도세·대주주 요건 완화 등 정부와 금융당국을 상대로 입장을 피력해 유리한 방향의 결과를 얻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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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은 2023년부터 내야하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손익에 대한 금융비과세 한도를 기존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시킨 바 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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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주주 요건' 완화 요구 당시 개인들이 반발하자 정부가 원칙론을 내세우고, 여당 측의 제동이 이어지자 정부가 원칙을 거둬들인 과정을 보였다. 대주주 요건은 지난 2018년에 25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낮춰진 후 지난해부터 1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하향됐다. 기존대로라면 올해 4월부터는 3억 원으로 다시 하향돼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연말 대주주요건을 회피하기 위한 대규모 매도물량 출회로 시장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결국 시행이 유예됐다.

또한 개인들은 비슷한 과정을 통해 2023년부터 내야하는 금융투자상품 투자손익에 대한 금융비과세 한도를 기존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시켰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통해 국내주식에 대해서만 2000만 원 기본공제 방침을 밝혔지만 한 달 만에 공제대상과 액수를 대폭 확대했다.

최근 공매도 이슈의 경우에도 개인들의 반대와 금융당국의 원칙 재확인, 여당의 신중론 제기 등의 과정을 밟아왔다. 현재도 '주가 폭락이 우려된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금융당국을 향해 있다.

최근 시장 내 개인투자자 비중이 70%에 달하고 개인이 증시를 뒷받침하는 핵심세력으로 부상하면서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는 개인들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증권시장에 들어왔고, 이를 활용한 '한국판 뉴딜펀드' 등 정부 핵심정책이 시행되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공매도 재개가 동력을 약화시킬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미 공매도 금지를 한 차례 연장했고 코스피지수도 3000선을 넘어서는 등 상승랠리가 이어져 공매도 금지를 추가적으로 연장할 명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계속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로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주식가치가 너무 올랐을 경우 거품을 제거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시장에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도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공매도를 당초 계획대로 재개하되, 제도개선에 힘을 실어 마무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상승랠리 중인 상황에서 공매도 재개로 증시에 제동이 걸리게 되면 금융당국으로선 증시를 끌어내렸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추가적으로 연장할 시 원칙을 고수해 온 당국의 입장을 번복하게 되기에 명분이 부족할 수 있고,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 등도 고려해야 할 입장이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공매도 재개 후 주가하락 수준도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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