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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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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틱톡 이어…트럼프, 마윈의 `앤트`까지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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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알리바바의 최근 주가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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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에 감염돼 전세계를 들썩였던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핀테크 산업 규제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중국 반도체와 온라인사회연결망(SNS)에 이어 이번에는 디지털결제시스템으로 대표되는 핀테크 산업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나온 셈이다. 특히 앤트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혹은 연내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어서 투자자들은 미국 측 규제 움직임이 어떤 영향을 줄 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 국가안보 침해 우려'를 이유로 중국 앤트그룹과 위챗페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판 아마존'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은 전세계 최대 규모 디지털 결제 기업으로 꼽히며 연내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을 앞둬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위챗페이는 중국 최대 인터넷회사인 텐센트 산하 기업으로 앞서 트럼프 정부가 '사용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던 온라인 사회연결망(SNS) 앱 위챗과 연동되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이다. 둘 다 중국 핀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상징적인 업체다.

백악관 참모진을 비롯한 부서 관계자들은 최근 몇주 간 앤트그룹과 위챗페이 규제 방안을 검토해왔고, 지난 9월 30일에는 백악관 상황실에 모여 해당 사안을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자국 기업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빼내며 이에 따라 미국의 안보를 불안에 빠트릴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앤트그룹과 위챗페이 규제를 두고 빠른 시일 내에 최종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압박을 재선 전략으로 정면 내세워오기는 했지만 그간 발표한 사안들이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것이 선거 변수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중국판 라인'으로 불리는 위챗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위챗의 미국 내 사용금지 행정명령이 최근 캘리포니아 법원 판결에 막힌 상태다. 위챗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했던 중국 틱톡(온라인 동영상 공유 앱)은 매각 작업과 이에 따른 '틱톡 글로벌' 출범 작업이 복잡하게 꼬여 별다른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와 중국 정부, 투자자들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뒤엉킨 상태다.

다만 앤트그룹과 위챗페이로 대표되는 중국 핀테크 산업 제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막판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달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입원했다가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부터 시작되는 대선 일정을 앞두고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추가 부양책을 둘러싼 민주당과의 불화, 외부적으로는 중국 압박· 전략 등을 꾸준히 부각시키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일단 '올해 전세계 기업공개(IPO) 상장 최대어'로 꼽히는 앤트그룹에 모인다. 앤트그룹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 IPO 상장 기록(약 294억 달러·약 35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 IPO 기록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앤트그룹은 최근 IPO를 통한 자금조달 목표를 기존 300억 달러에서 최소 350억 달러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업 가치가 이전 추정치인 225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더 높이 평가되자 IPO 목표도 높였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이 '중국판 페이팔' 알리페이를 시작하면서 키운 회사다. 지난 2004년 출시된 알리페이는 페이팔을 벤치마킹한 에스크로(결제 대금 예치) 기반 결제 시스템이었는데 이 서비스를 앤트그룹이 관리한다. 앤트그룹의 올해 상반기(1~6월) 실적은 매출 725억 위안(약 12조 4142억 원), 순이익 212억 위안(약 3조6301억 원)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38%, 순이익은 1000%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17년 알리페이에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적용하고, 이어 2018년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등 핀테크 기술을 이끌면서 중국 내에서는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다.

현재로서는 앤트그룹이 언제 상장할지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8월 25일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과학혁신판(스타 마켓)과 홍콩 증시에 동시 IPO상장을 신청하면서 투자 기대감을 끌어올린 바 있다.

앤트그룹은 중국이 홍콩·상하이 증시를 홍보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내세우는 흥행 수표 중 하나다. 상하이 스타 마켓과 홍콩 증시에 동반 상장하는 사례는 앤트그룹이 처음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무역·기술 갈등을 겪으면서 지난해 상하이 스타 마켓에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스타일 IPO 상장 시스템을 도입해 뉴욕증시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자국 증시 홍보를 위해 대규모 IPO를 유도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SMIC는 지난해 5월 미국 나스닥에서 자진 상장폐지하고 올해 7월 스타 마켓에 상장했다. 당시를 기준으로 올해 최대 규모다. 앞서 뉴욕증시 상장기업인 '중국판 아마존' 알리바바는 미·중 무역갈등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하며 눈길 끌기에 나선 바 있다.

올해 6월에는 뉴욕증시 상장기업인 중국 온라인 게임업체 넷이즈와 중국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 등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했다. 6월은 미국이 '회계 조작'을 일삼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 뉴욕증시 상장 제한·폐지 조치를 하겠다고 압박하면서 실제로 나스닥에서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를 최종 상장 폐지한 시점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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