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임백천·김태훈·김혜영…마이크 앞에 앉은 빌보드 키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KBS 제2라디오 진행자 교체

중앙일보

지난달 31일 여의도 K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팝컬럼니스트 김태훈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문화계도 50대가 주역일까.

최근 이뤄진 KBS 제2라디오(해피FM) 개편 방향은 “중장년층 맞춤형 채널”이다. 지난달 31일부터 마이크를 잡는 진행자 라인업도 이 세대에 맞춰졌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김태훈의 프리웨이’·오전 7~9시), 가수 주현미(‘주현미의 러브레터’·오전 9~11시), 가수 겸 MC 임백천(‘임백천의 백뮤직’·정오~오후 2시), 방송인 김혜영(‘김혜영과 함께’·오후 2~4시) 등으로 평균 나이 57.5세. 1980년대부터 활동했거나 당시 20대를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쟁시간대 타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30~40대를 내세웠다.

1990년대 후반 ‘386’으로 통칭되는 하나의 세력으로 등장한 60년대생들이 486·586을 거치며 정치·사회·문화 담론의 주도층이 된 게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 타깃층을 20·30세대로 두는 게 미디어 세계의 불문율이란 점에서, 50대를 겨냥한 이번 채널 개편을 두고 386세대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예능 PD는 “90년대 유명했던 중장년층 연예인들이 끌고 가는 SBS 예능 ‘불타는 청춘’ 같은 프로그램은 이전 세대에선 볼 수 없었던 콘셉트”라며 “이 세대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서 이들의 관심거리와 궁금함은 문화적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BS 제2라디오 개편에서 ‘김태훈의 프리웨이’ 진행을 맡은 김태훈(51)씨를 지난달 31일 첫 방송 직후 만났다. 그는 자신을 “민주화운동을 이끈 87세대와 X세대의 중간쯤 있는 89학번이자, 빌보드 키즈”라고 소개했다.

Q : 중장년을 위한 팝을 들려주는 방송이라는 구성이 독특한데.

A : “40대 중반에서 50대에 걸친 세대가 ‘빌보드 키즈’다. 소위 ‘80년대 빌보드’ 음반을 들으면서 젊음을 보낸 세대다. 나도 KBS 라디오 ‘황인용의 영팝스’를 들으며 자랐고, 그 영향으로 음반회사를 거쳐 팝 칼럼니스트가 됐다. 당시 젊음을 위로하던 미디어는 라디오가 유일했고, 여전히 라디오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음악을 중심에 놓고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층 역시 40대 중반~50대라고 생각한다.”

Q : 이 세대의 특징은 뭐라고 보나.

A :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 중 하나다. 80년대 경제부흥의 성과가 있고, 교복자율화·맞벌이 부부라는 게 나왔고, 경제적 풍족과 문화적 취향이라는 게 가능한 세대였다. 한편으론 20대부터 무언가를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세대다. 낮잠만 자도 죄의식을 느낄 정도로 평생을 전력투구한 세대다. 은퇴가 다가오는 지금, 어떤 면에선 매우 지쳐있기도 하다.”

Q : 각 방면에서 386 세대가 장기집권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A : “방송가는 냉정하다. ‘의리’로 누굴 끌어주거나 맞춰주는 곳은 아니다. 과거엔 문화계에서 10·20대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돈을 쓰는 게 40·50대다. 트로트 열풍도 마찬가지다. 다만 X세대를 비롯해 지금의 40대는 20·30대와 50대 사이에서 끼인 측면도 있다.”

Q :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 :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루 리드(Lou Reed)의 ‘퍼펙트 데이(Perfect Day)’다. 노래 가사는 동물원에 가서 먹이를 주고, 공원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왔는데 완벽한 날이라는 내용이다. 중장년층에게 ‘여전히 건투를 빈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세대가 어떻게 보든 자신이 볼 때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면 된 거다. 이제 젊은 세대에게 사회 권력을 넘기고 조금 편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