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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때아닌 4대강 공방

"'4대강사업 빠진 탓 섬진강 수해'는 가짜뉴스, 보 해체해야 홍수 피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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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사업에서 빠진 바람에 섬진강에 수해가 났다”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이 근거 없는 가짜뉴스이며 오히려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보를 해체해야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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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폭우로 유실됐던 경남 창녕군 이방면 낙동강 제방에서 10일 복구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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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은 10일 논평을 통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 의원,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 등의 주장에 대해 최소한의 근거도 갖추지 않는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통합당은 섬진강이 4대강사업에서 빠져서 홍수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주장이 보가 건설되지 않아서 홍수가 났다는 취지라면 이는 보의 기본 개념조차 모르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보는 홍수조절 능력이 전혀 없는 시설이며, 이는 두 차례의 감사 결과에서도 확인된 것이라는 얘기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통합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홍수로 인해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진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8일에는 홍준표 의원이 자신의 SNS 계정에 MB정부 당시 야권 및 시민단체가 지류·지천의 정비를 못하게 막아 폭우 피해를 키웠다는 논지의 글을 게시했다. 정진석 의원도 지난 9일 자신의 SNS 계정에 홍 의원의 글과 비슷한 글을 올렸다.

환경운동연합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7월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 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보 위치와 준설은 추후 운하 추진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2018년 7월에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결과에서도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예방 가치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운동연합은 “각기 다른 정권에서 두 차례 진행한 감사 결과는 모두 4대강 보 건설로 홍수를 조절했다는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보 관리 규정(국토부 훈령 1204호) 제5조 보의 용도에서 가동보는 홍수유출량을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하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는 보에 홍수조절 기능이 없음을 의미한다. 평상시에는 물을 비워놨다가 홍수 시 수문을 닫아서 하류의 홍수피해를 저감하는 다목적댐과 달리 보는 홍수 시 수문을 열어야하는 시설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통합당 의원들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보는 홍수 피해를 유발하는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보는 물의 취수 및 수위와 하상을 유지하기 위해 하천에 짓는 구조물인데 이런 특성상 보는 필연적으로 하천을 가로지르게 된다. 이로 인해 보는 강물의 흐름을 막고,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수위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즉, 4대강사업으로 인해 하천의 물 흐름에 장애를 일으키는 거대한 구조물이 16개나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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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폭우로 유실됐던 경남 창녕군 이방면 낙동강 제방에서 10일 복구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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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4대강자연성회복을위한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는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면서 “보 해체는 4대강사업 시 수행된 퇴적토 준설 및 제방 보강 상태에서 보를 해체하는 것이므로 보 해체 이후 홍수량의 흐름이 더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계획홍수위는 현재 수준보다 낮아지고 홍수예방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계산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통합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지류·지천 정비 사업을 방해했다는 주장 혹은 지류·지천사업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 또한 잘못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환경단체들은 4대강사업 당시 본류가 아닌 지류와 지천을 중심으로 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통합당 주장과 달리 지방하천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하천정비사업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집행돼 왔다. 최근 수년간 추진경과만 해도 2015년 389㎞(7204억원 집행), 2016년 415㎞(6384억원 집행), 2017년 314㎞(5687억원 집행), 2018년 269㎞(5516억원 집행)에 달한다. 2015년 69.1% 수준이던 정비율은 2019년 78.9%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환경운동연합은 “통합당은 전국적인 홍수 피해로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정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어떤 정권에서도, 어떤 연구결과에서도 4대강 사업으로 본류의 홍수조절효과가 입장됐다는 결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어 “구시대적 진영논리에 빠져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유포하는 통합당 의원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통합당이 4대강 사업의 효과에 대해서 진정성있게 사회적 논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근거 없이 SNS를 통해 주장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공개적인 끝장 토론을 통해 시비를 가릴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평가·조사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평가와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미 두 번의 정부에서 이루어진 두 차례의 감사는 보가 홍수 방지 기능이 없다고 결론지었으며, 2019년 환경부가 내놓은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에는 보 철거가 홍수조절에 기여하는 정도를 계산해 경제성 평가에도 반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보는 해마다 폭염 시기에 녹조현상을 유발하고, 홍수기에 홍수 피해를 키울 뿐”이라며 “정부는 더 이상 평가가 아닌 보의 처리방안 확정과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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