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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스크린에 담은 4대강 현장의 4년… 4·3에서 강정까지 제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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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모래가 흐르는 강’·임흥순 감독 ‘비념’ 독립영화 개봉

‘4대강 사업, 4·3사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다큐멘터리 두 편이 곧 개봉된다. 두 작품은 카메라에 담은 영상을 통해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잊혀져 가는 역사를 환기시키려 한다.

28일 개봉되는 <모래가 흐르는 강>은 KTX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으로 유명한 지율 스님이 만든 4대강 사업의 실체를 고발한 다큐멘터리다. 제목인 ‘모래가 흐르는 강’은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다. 내성천은 수달, 삵, 먹황새, 원앙, 흰수마자 등 20여종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의 서식지다. 환경보호 가치가 높은 내성천이지만 내성천의 물길을 막는 영주댐 사업이 진행 중이다. 4대강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영주댐 공사는 내년에 본격적인 담수가 시작된다.

<모래가 흐르는 강> | 시네마 달 제공

지율 스님은 2008년 12월 4대강 사업 착공 뉴스가 나온 직후부터 4년 동안 내성천의 변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넓은 모래밭과 강바닥의 모래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빈자리는 자갈과 돌멩이가 채웠다. 모래가 없어지면 강물 소리도 거세진다. 1년에 1m씩 퇴적하는 모래가 흐르는 생명의 강은 공사로 점차 생명력을 잃어간다.

영화에 관한 기초지식이나 카메라 작동법을 따로 배운 적이 없는 지율 스님은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을 가정용 카메라로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은 누구 한두 명이 계획하고 추진한 사업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강과 자연에 너무 방심한 채 동의해준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영화가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3일 개봉되는 다큐멘터리 <비념>(감독 임흥순)은 <지슬-끝나지 않는 세월2>를 잇는 또 다른 제주 4·3사건 영화다.

서울 출신인 임흥순 감독은 2009년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비념>의 김민경 PD 외할머니인 강상희씨(88)를 만났다. 할머니의 남편 김봉수씨가 4·3사건으로 희생된 사연을 듣고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강 할머니의 개인사에서 출발한 영화는 곳곳에 흩어진 4·3사건의 흔적을 카메라로 훑는다. 천제연·천지연·정방폭포처럼 유명한 관광지도 사실은 4·3사건 때 수백명의 사람이 희생된 장소다.

<비념> | 인디스토리 제공

강정마을 역시 4·3사건 당시 확인된 희생자만 197명에 달한다. 2006년 정부가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지정한 이곳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해군기지 건설이 진행 중이다. 감독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왜 국민을 적으로 보느냐”는 주민의 외침을 통해 4·3사건과 비슷한 비극이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한다.

임 감독은 “4·3사건이 제주의 과거 모습이었다면, 강정마을은 제주도의 현재 모습이자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함께 담게 되었다”면서 “개인의 간절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아 제목을 ‘비념’으로 정했다”고 했다.

지난해 대선 전후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쏟아져 나왔으나 성공한 작품은 많지 않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26년>은 296만명을 동원했고,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위원의 고문 기록을 담은 <남영동1985>는 33만 관객을 모았다. 10개 안팎의 상영관에서 개봉한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와 <MB의 추억>은 각각 1043명, 1만4954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러나 올해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가 전국으로 개봉을 확대한 지 4일 만에 3만명의 관객을 넘는 등 분위기가 좋다. 이 영화는 지난 1일 제주도에서 먼저 개봉해 그곳에서만 1만5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에 영향을 받아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들은 관련 지역에서 특별시사회를 열었다. <비념>은 <지슬>처럼 제주도에서 먼저 시사회를 가졌다. <모래가 흐르는 강>도 낙동강이 있는 경상 지역 관객들을 먼저 만난다는 취지로 부산에서 특별시사회를 개최했다.

허지웅 영화평론가는 “한때 소재만 내세워도 장사가 되던 시절이 있었으나 요즘은 소재의 특수성만으로 성공하긴 힘들다. 소재로 끌어낸 관심을 이어갈 수 있는 작품의 질이 담보돼야 제2의 <지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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