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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았다” 故 최숙현 선수, 팀 폭언·폭행 호소 후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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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 / 유족 “폭언·폭행 일삼은 자들 엄중 처벌해달라”

세계일보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23·사진) 선수가 전 소속팀의 가혹 행위 신고 후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극단적 선택 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메시지를 공개하며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트라이애슬론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를 지낸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전 “훈련 중에 가혹행위가 이어졌다”라며 전 소속팀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배들을 고소했다.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와 대한철인3종협회에도 가혹행위를 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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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대한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그 누구도 고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망 전 최 선수는 수년간 녹취록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YTN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경주시청 철인 3종 팀 관계자는 최 선수에게 “운동을 2탕을 하고 밥을 1끼도 안 먹고 왔는데 쪄 있잖아. 8월8일에 너는 무슨 생각을 했니?"라고 했다.

이에 최 선수가 “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라고 하자 관계자는 “네 탓이잖아? 3일 굶자! 잘못했을 때 굶고 책임지기로 했잖아? 이리 와, 이빨 깨물어! (찰싹) 야! 커튼 쳐. 내일부터 너 꿍한 표정 보인다고 하면 넌 가만히 안 둔다, 알았어?”라고 폭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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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선수 유족이 공개한 마지막 메시지.





유족 측은 팀 관계자가 최 선수의 체중이 늘자 빵 20만원어치를 억지로 먹게 해 토하는 일을 반복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최 선수는 훈련일지에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았다’, ‘체중을 다 뺐는데도 욕은 여전하다, ‘차에 치이든, 강도가 찌르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수백번 머릿속에 맴돈다’는 등 괴로운 심경을 적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 회장은 성명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스포츠 공정위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 이런 일이 우리 종목에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체육회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조속하고 엄중한 조처를 약속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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