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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한미정상회담 靑 발표문, 볼턴 책과 180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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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靑 "3차 미북 회담 구체 논의" 볼턴 "트럼프 거부"

재작년 5월, 靑 "대북 지원 밀도 있게 논의" 볼턴 책엔 내용 없어

조선일보

얘기를 나누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정의용 실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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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일(현지시각) 발간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나온 2019년 4월과 2018년 5월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묘사는, 청와대 발표의 진실성에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볼턴의 묘사와 당시 청와대의 발표 사이엔 같은 현장에 있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볼턴 “트럼프, 3차 회담 거부”, 청와대 “구체적 의견 교환”

볼턴의 책에 따르면 지난해 4월1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집요하게 권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비핵화 합의가 우선”이라며 문 대통령의 요구를 수차례 거절했다.

당시 청와대는 북한 영변 핵시설과 일부 핵심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미국이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굿 이너프 딜(괜찮은 거래)’이란 중재안을 들고 3차 미북정상회담 추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 미북 정상회담은) 세기의 정상회담이 될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을 원한다”며 판문점 혹은 미 해군 함정을 만남의 장소로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 끊고 “한 번의 회담이 결론 없이 끝나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아무도 두 번이나 걸어서 나가기를 원치 않는다”고 거절했다.

회담 말미에 문 대통령은 이날 북측에 6월12일~7월27일 사이에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할 것이라며 “북핵 협상에선 실무급이 아닌 고위급 회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날짜는 괜찮지만 그 전에 북한과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완곡하게 거절하며 “(고위급 회담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언론발표문에서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대화의 문이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은 향후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볼턴의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합의 전까지 회담을 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정 실장의 발표문은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의견 교환’한 것처럼 돼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번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관한 구체적·현실적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기회가 됐다”며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톱다운 방식을 통한 큰 진전을 이루는 것은 물론 이런 방식의 유효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볼턴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서로 주장이 다른 셈이다.

◇청와대 “대북 지원방안 밀도 있게 논의”, 볼턴 책엔 없어

볼턴 회고록에서 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전 백악관에서 열린 2018년 5월22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묘사는 상대적으로 짧다.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위협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25%정도”라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럴 가능성은 제로(0)”라고 낙관적으로 답했다. 이미 당시 백악관은 협상 취소를 잠정 결정한 상태였지만, 한국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왜 전문가들이 (북한) 풍계리(핵 실험장 폭파)를 방문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볼턴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이 자신의 발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장 폐쇄를 구두로 약속했다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두 정상이 특히 판문점 선언 내용에 따라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했을 때 북한에 밝은 미래를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에 대해서도 밀도 있게 협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볼턴 책에 나오지 않는다. 만일 청와대의 발표대로 ‘밀도 있게 협의’ 했다면 대북 강경파인 볼턴이 이를 회고록에 빼놓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이벤트 취재에 한국 기자들도 가느냐며 관심을 보였고, 문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나 볼턴의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핵 전문가가 가서 검증을 하는지 여부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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