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 사무총장의 친중 논란·늑장 대응 지적
"미흡한 대처’ 궁지 몰려…WHO에 책임 전가" 분석도
"지금 돈줄 끊는 건 무책임한 행동" 비난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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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뉴욕특파원 방성훈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결국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국면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중국에 편향적인 행보를 보이고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에 균열을 일으켰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 “中편향 WHO 자금지원 중단 지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 국면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은폐하고, 또 심각할 정도로 잘못됐던 WHO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WHO의 역할을 검토하는 동안 자금 지원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은 WHO의 최대 지원국으로 지난해 분담금이 4억달러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WHO 연간 예산의 약 15%이며, 중국 분담금(4400만달러)의 9배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HO의 잘못된 대응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12월 사람 간 전염이 의심되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었다. 하지만 WHO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 실수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WHO는 (코로나19 대응·관리에) 실패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WHO에 대해 중국 편향적이라며 강하게 비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중국의 통제력을 믿는다’고 수차례 발언하는가 하면,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중국 여행 제한 조치 등을 비판해 친중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2만명을 넘겨선 뒤에야 ‘팬데믹’을 선언해 늑장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WHO는 아주 중국 중심적인 것 같다”며 “우리가 무엇을 위해 (WHO에) 돈을 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고,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튿날인 8일 “만약 당신이 더 많은 시체를 담는 포대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 이를 원치 않는다면 더는 그것을 정치 쟁점화하는 걸 삼가라”고 비난하며 정면충돌했다.
◇“美정부 대응 실패 비난화살→WHO에 전가 의도”
그러나 미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코로나19 피해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상황에서 미흡한 초동대처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 목소리가 커지가, 화살을 WHO 측으로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위기대응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훨씬 더 많았다”며 “미흡한 대응에 대한 책임을 WHO에 전가시키려는 시도”라고 보도했다.
미국 헬스케어 옹호 단체인 ‘프로텍트 아워 케어’는 “코로나19 위기의 심각성과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WHO에 떠넘기려는 명백한 시도”라며 “WHO 역시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전 세계적 유행병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을 삭감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WHO가 미국을 비판하고 중국을 편든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 보건 위기 상황에서는 자금 지원을 중단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폴리티코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단키트 배포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 후 성명을 내고 “WHO에 대한 지원을 줄일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WHO는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라면서 “WHO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에도 “각국이 WHO의 지침을 따르며 국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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