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야음에 봄을 만나려면 역시 광안리, 해운대, 달맞이길로 달려가야 한다. 남풍은 바람에 섞여 상륙하기 때문이다. |
황홀하게 만나는 봄바람, 그리고 사랑!
한밤에 봄 바람을 느껴본 사람은 이 여행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이다. 어느날 아침 눈 떠 보니 봄이 와 있는 것이다. 계절은 그렇게 바뀐다. 새벽에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밖에 나갔다 매서운 찬바람을 맞고 ‘으으~’ 하며 황급히 방으로 되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과 같은 일이다. 봄 또한 어느날 문득 출근길, 등교길 길거리에서 본 파릇파릇한 꽃망울과 어여쁜 여인이 일하고 있는 꽃가게 진열대에서 가슴으로 훅 들어오는 것이다. 춘흥은 벌건 대낮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야경이 좋은 곳이라면 캄캄한 밤일수록 좋다. 우리나라 야경 여행의 최고 지역은 단연코 부산이다. 부산을 밤의 도시로 만든 일등 공신은 역시 부산영화제. 메인 행사가 밤에 이뤄지고, 극장에 들어가도 깜깜하며, 오늘의 마지막 필름까지 모두 감상하고 밖으로 나가면 어느새 세상도 깜깜해져 있다. 그길로 광복동, 남포동 골목으로 들어가거나 광안리, 해운대 바닷가로 나가면 또 부산의 진정한 느와르가 펼쳐진다. 광복동, 남포동은 패션숍과 먹거리집에서 뿜어져나오는 조명, 그곳을 즐기는 인파의 모습이 어우러져 왕자웨이 감독의 필름 못지않은 장면을 연출한다. 부산의 야음에 봄을 만나려면 역시 광안리, 해운대, 달맞이길로 달려가야 한다. 남풍은 바람에 섞여 상륙하기 때문이다.
부산을 밤의 도시로 만든 두번째 공신은 광안대교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다리가 또 있을까? 광안리해수욕장이나 해운대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의 밤 풍경은 감탄을 넘어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도 남을 매력을 분출한다. 광안대교는 바다를 가로질러 교각을 건설해야 하는 부산시의 교통 해소 정책과 환경, 미관 등 복잡한 문제와 한계를 안고 8년만에 완공된 다리다. 사실 낮에 이 다리를 보는 일은 마치 대낮의 에펠탑을 보는 것같은 당혹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누구 눈에는 아름답게, 누구 눈에는 그렇지 못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펠탑이 그렇듯이 광안대교 역시 어둠이 내리고 조명이 밝혀지면 낮에 바다를 지나는 다리를 보며 다소 착잡해했던 사람들의 표정도 달라진다. 그들이 단기 기억상실증 증세가 있어서가 아니라, 한 밤의 광안대교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화려한 조명이 교각과 바닷물에 투영된 풍경 앞에서 누구도 가슴 두근거리는 환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 보라. 광안대교의 조명은 10만 가지 이상의 스타일이 표현되도록 디자인되었다. 현란한 조명으로 빛나는 다리만 보아도 심장이 떨릴 판에, 어쩌다 불꽃놀이라도 벌어지는 날 해변에 앉아있게 된다면 누구도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그러므로 광안대교는 애인, 또는 서로 애인이 되길 원하는 커플이 어스름 저녁에 찾아가야 한다. ‘경관조명시간’을 확인 할 필요도 있다.
경관 조명시간
·1월~4월, 11월~12월 : 평일(일몰 ~ 당일 24:00), 주말_금, 토(일몰 ~ 다음날 02:00)
·5월~6월, 9월~10월 : 평일(일몰 ~ 다음날 01:00), 주말_금, 토(일몰 ~ 다음날 02:00)
·7월~8월 : 평일, 주말_금,토(일몰 ~ 다음 02:00)
부산 야경 투어
에펠탑이 그렇듯이 광안대교 역시 어둠이 내리고 조명이 밝혀지면 낮에 바다를 지나는 다리를 보며 다소 착잡해했던 사람들의 표정도 달라진다. |
예약하고 가는 법, 그냥 가는 법
부산야경투어를 즐기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부산시에서 위탁 운영하는 시티투어 야간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버스 야경투어는 부산역에서 출발, 시내를 지나 광안리해수욕장,해운대해수욕장, 달맞이고개, 광안대교, 금련산 청소년수련원을 거쳐 다시 부산역으로 돌아오는 루트다. 루트 가운데 정차하는 곳은 해운대와 금련산 청소년 수련원 뿐이다. 주어지는 자유 시간은 약 10분 정도로, 이때 사진광들은 이미 버스에서 삼각대에 카메라를 착장하고 내리자마자 인터넷을 뒤져 확보한 ‘포토 포인트’로 달려가 미친듯이 셔터를 눌러댄다. 사진이 관심 없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연인이나 친구끼리 산책을 하거나 눈앞에 펼쳐지는 놀라운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에 담기도 한다.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높은 좌석에서 도시의 밤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과 편안하게 이동한다는 점, 그리고 단시간에 부산의 주요 야경을 섭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짜로 보고싶은 지점을 내 마음대로 볼 수 없고 좌석 위치를 잘못 잡을 경우 계속 목을 빼고 기웃거려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부산 시티투어를 이용해서 야경 투어를 하려는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따라서 시티투어를 생각한다면 일찌감치 예약을 해야 개방형 2층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다. 예약 없이 무작정 찾아가 본들 버스에 오를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두번째 방법은 승용차다. 차를 갖고 가는 사람들은 원하는 곳에 정차, 얼마든지 부산의 밤정취를 즐길 수 있다. 이 경우 부산 야경의 뷰포인트를 조사하고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사실 뷰포인트는 ‘시티투어’에서 거론했던 광안리해수욕장, 해운대해수욕장, 금련산청소년수련회관 등과 일치한다. 단, 승용차를 가져갈 경우 부산 야경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달맞이고개 등 버스투어에서 정차하지 않는 지점을 찾아갈 수 있다. 또한 가히 압살적이라 할 만한 부산의 교통 체증은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도보여행자들은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야경 포인트를 찾으면 된다. 뿐만 아니라 상투적인 지역이 아닌, 부산 전 지역을 대상으로 야경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 계속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고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부산시에서는 승용차 이용자나 도보여행자들을 위해 부산 야경 투어의 주요 지점 몇 곳을 제시하고 있다.
부산시티투어 문의 : 1688-0098 / 051-464-9898 /www.citytourbusan.com
해운대 바다의 마천루 |
달맞이고개
히노키탕이 있는 베스타 온천 사우나
달맞이고개에 있는 베스타 온천은 투명한 유리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전경을 즐기며 온천욕을 할 수 있는 타운형 온천이다. 사우나, 찜질방, 노천탕, 피트니스센터 등이 두루 갖춰져 있다.
부산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야외노천탕과 300년 이상 된 소나무인 히노키 원목을 이용한 히노키탕이 인기다.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117번길 17-7
문의 051-743-5705 www.vesta.co.kr
해월정
바다와 달, 그리고 해운대-광안리 일대의 밤 풍경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월정은 이름 그대로 월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주변의 달맞이(看月)고개와 청사포(靑沙浦)에서 바라보는 저녁달은 예전부터 대한팔경에 포함시켰을 정도로 운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정월달빛을 받으며 사랑의 언약을 나눈 남녀는 그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꼭 정월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 풍경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사랑을 이루게 될 것이다.
주소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2동 ,문의 051–749-5700~1
해운대
바다와 마천루숲
부산을 밤이 아름다운 도시로 만든 세번째 매력은 역시 해운대 일대의 초고층 빌딩들이다. 해운대 마천루로 통하는 빌딩숲에 밤이 내리면 홍콩 부럽지 않은 야경이 반짝반짝 빛을 발해 여행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해운대 전체 야경을 보고싶다면 조선비치호텔에 숙박하거나 그 앞으로 갈 것을 추천한다. 그곳에 서면 해운대 일대의 야경과 송정해변으로 이어지는 달맞이 고개의 풍경도 한 눈에 잡을 수 있다.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62번길 47, 문의 051-749-4081
해운대
격조있는 음식, 풍광 좋은 포구 청사포
해운대 달맞이언덕을 따라 송정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곳이 청사포이다.
해월정을 지나 조금 가다가 아래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도보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청사포의 원래 이름은 뱀 ‘사’자가 들어간 ‘靑蛇浦’였는데, 언제부터인지 뱀 ‘사자’가 사라지고 모래 ‘사’자가 들어간 청사포로 자리 잡았다. 포구 입구에 들어서면서 오른쪽으로 10여 미터 가면 바나에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나무가 되었다는 망부송이 있고 맛있는 횟집과 음식점, 그리고 낚시꾼들의 고기 잡는 풍경이 아름답다.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1로 ,문의 051-749-4000
황령산 야경 |
활홀지경이 한 눈에 횡령산 야경
빼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황령산은 부산의 야경을 즐기며 걷는 야간산행 코스로 유명하다.
도심 속 건물들의 반짝이는 불빛에 바다 위 광안대교의 늘씬한 조명까지 더해져 부산을 찾는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로도 유명하다. 산 중턱에 마련된 전망대에 서면 해운대 등 부산 시내와 주변 바다가 한눈에 담겨진다. 내륙을 휘돌아 거침없이 달려온 불빛이 바다와 부딪치며 화려한 불꽃으로 솟구쳐 오르는 듯하다. 정상을 향해 오르다 KT중계소 앞 언덕에 서면 또 다른 야경이 시작된다. 신선대 부두 등 항구 불빛과 멀리 오륙도 등대불빛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깜빡거리며 밤의 서정을 더해준다.
주소 부산시 연제구 거제천로 200 문의 051-851-7851
환할 때 꼭 가보고싶은 레고마을
‘감천동 문화마을’
언덕 위의 작은 집들이 형형색색을 띠고 있어서 부산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일면 ‘레고마을’의 본명은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다. 마을 생김새를 따서 ‘다랑논마을’, ‘’산토리니’, ‘마추픽추’로 불리기도 한다. 천마산과 옥녀봉 사이에 있는 이 마을은 원래 민족 종교인 태극도의 신앙촌으로 시작되었다. 신앙촌 사람들은 집을 짓되 두 가지 원칙을 갖고 짓자고 합의했는데, 첫째, 언덕에 사는 만큼 살림살이는 빈한하더라도 전망은 함께 나누자는 뜻으로 집을 지을 때 뒷집의 조망권을 보장해줄 것. 둘째, 마을 전체에 막힌 길은 만들지 않기였다. 모두들 그 약속을 지켰다. 5평 남짓한 판자촌으로 시작된 이 마을은 세월이 흘러 시멘트집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집집마다 개성 넘치는 색깔의 페인트가 칠해졌다. 그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이 마을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2010년 한 예술단체와 주민들의 합의에 의해 ‘감천동문화마을’로 정비되면서 ‘갤러리’, ‘북카페’, ‘설치미술’, ‘벽화’ 등이 생기게 되었다.
교통편 지하철 토성동역 6번 출구 - 부산대병원 암센터 앞 마을버스 2, 2-2, 1-1 이용
문의 070-4219-5556
[글 이누리 사진 부산시청, 이책007]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69호(13.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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