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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일문일답] 이주열 “금리인하 여력,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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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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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적 경기둔화의 여파로 올해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며 한국도 올해 성장률이 기존 한은의 전망치(2.1%)를 크게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지난 3월 16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후 첫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이 기존 전망을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금융 통화정책이 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돼 기준금리를 이달에는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인석ㆍ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0.25% 추가 인하하자는 소수의견을 냈다.

또 이날 금통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만에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수출입은행ㆍ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특수은행채와 주택저당채권(MBS)을 단순매매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특수은행채 매입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는 간점적인 방식으로 회사채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코로나19 충격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하다고 판단하는가.

“코로나19 충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국경 통제, 자가격리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경기는 소위 ‘리세션’이라 불리는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경기 부진이 일정 국가, 일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도 충격의 강도가 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경제도 이런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구체적으로 0%대인지, 마이너스 성장인지, 어느 정도로 전망하는가.

“국내 경기흐름은 코로나 진정 상황에 달려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코로나19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확산되면 어느 정도로 갈지, 그 상황에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달려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상황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제전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경제 전문가뿐 아니라 보건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기본 시나리오를 설정해 예측하게 되는데, 코로나 확산이 2분기 이후 진정돼 3분기 이후로부터는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이 된다는 전제가 기본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그 시나리오를 보면 국내 경제는 금년에 플러스 성장은 하지 않겠는가 예상해 본다. 다만 1%대 성장률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사실 이런 예상은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라 대단히 가변적이다.”

-지난주 한국은행법 80조에 따른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데,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일차적으로는 비은행금융기관 중에서도 증권사에 대해서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을 해 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그 방안에 대해서 한국은행과 정부가 실무자선에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협의에 따라서 세부적인 내용이 구체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은행을 통한 특정 금융기업의 여신은 중앙은행의 통상 기능을 넘어서는 이례적인 조치이고, 그렇기에 정부의 상응한 조치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처럼 정부 보증 하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안에 기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되고 있고, 한국은행은 소위 전액 공급방식의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통해서 시장의 수요를 맞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채나 CP 시장은 불안정이 진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판단도 우리와 같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현재로선 진정돼 있는 상태다.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CP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안은 상당히 효과가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금융기관 대출 방안 등은 한계나 제약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준과 같이 정부의 신용 보장을 통해서 시장 불안에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지는 이 자리에서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데 인하 여력이 남아 있다고 판단하는가. 5월에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나.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크게 낮췄기 때문에 당연히 정책 여력은 크게 낮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실효하한 개념을 떠올리는 것 같은데, 그 관점에서 보면 지금으로서는 금리정책 여력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금리정책의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춰서 정책 대응을 할 것이다. 또 금리 외의 정책 수단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5월 인하 여부는 지금 밝힐 수 없다.”

-한은이 국채ㆍ회사채 매입에 나서서 유동성을 직접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직접매입을 염두에 두신 질문이라면, 회사채 직접 매입은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법적인 제약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유동성 수요 전액은 현재 제한 없이 공급하고 있다.

국고채의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과정에서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국고채 수급안정과 시장 안정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매입할 계획이 있다. 오늘(9일) 오후에도 국고채 매입을 공고할 것이다.”

-미 연준이 해외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한 미 국채 담보대출 기구를 만들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이 이를 활용할 가능성은 있는지.

“현재 한은은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서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용하기보다는 같이 지켜볼 생각이다. 달러 자금 확보 통로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다.”

-이동걸 산업은행 총재가 최근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하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한은, 특히 금통위원 전부 다 국내 경제 금융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상의 충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에도 펴지 않았던 정책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에 부여된 권한, 범위 내에서 이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기대와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조치를 자주 거론하면서 비교를 하고 있다. 연준의 조치도 어느 것 하나 중앙은행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은 없다. 각국마다 상황이 다르고 법적 제도 여건도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 방안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그런 인식이 있는 듯하다. 한은과 금통위는 중앙은행이 주어진 권한 내에서는 금융 안정과 어려움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할 것이다.”

-오늘 신인석ㆍ조동철 금통위원 2명이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원 4명이 이번 달로 퇴임할 예정인데, 이 소수의견의 무게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수의견은 늘 있어 왔기 때문에 특별히 오늘 두 사람의 소수의견 무게감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금통위는 다수결 합의 기구이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다수 의견으로 결정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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