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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WSJ “김한솔 망명 도운 자유조선, 北 조성길 대사대리 잠적에도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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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말 이탈리아서 돌연 사라져... “아내와 산책한다며 대기하던 차에 탑승”
한국일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현지에서 부인과 함께 돌연 잠적한 조성길(오른쪽에서 두번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같은 해 3월 이탈리아 베네토주 트레비소 인근의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부터 발렌티노 페린 이탈리아 상원의원, 조 대사대리, 브루노네 데 포폴(파라 디 솔리고 교구 사제) 신부, 신원 미상의 북측 외교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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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북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2018년 11월 갑작스럽게 종적을 감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탈북에도 관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자유조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일가를 도와 망명시킨 것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조직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2018년 11월 어느날 아침 조 전 대사대리는 대사관에는 아내와 함께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둘러대고 나온 뒤, 대사관 근처에 대기하던 차에 올라탔다”며 “자유조선 소속 멤버가 이 차를 몰았으며, 조성길 부부를 안전가옥으로 데리고 갔다”고 보도했다.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망명을 목적으로 잠적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사건에 자유조선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SJ은 조 전 대사대리 부부의 탈출에 자유조선의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도했다. WSJ은 “자유조선의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이 조성길 부부를 ‘북한의 정치적 망명가’로 서방 진영에 알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SJ은 이어 “홍이 조 전 대사 대리를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는 불분명하다”며 “아마도 대북 투자에 관심 있는 사업가로 위장해 접근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에이드리언 홍이 조성길 부부를 직접 만났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WSJ 보도에 따르면 자유조선은 그동안 북한 외교관들을 유인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고, 경각심을 느낀 북한 정권은 지난여름 해외 주재 외교관들을 소집해 ‘충성심 강연’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자유조선 조직원들을 겨냥한 암살조도 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에이드리언 홍이 지금까지 수백명의 탈북을 도왔다고 WSJ에 밝혔다.

조성길 부부는 현재 서방 국가에 머물고 있다는 것 외에는 정확한 행방이 알려진 바 없다. 망명 전 부부와 함께 로마에 살았던 당시 17세의 딸은 조부모가 있는 북한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WSJ은 자유조선이 조씨 부부를 잠적시킨 데는 성공했지만, “이들의 17세 딸은 데려오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WSJ는 이어 대북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조씨 부부가 딸을 남기고 망명한 것은 예기치 않은 사고였거나, 평양에 남은 조부모 등 가족을 생각해 일부러 남긴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유조선은 2017년 김한솔의 망명을 도왔다고 주장한 ‘천리마민방위’의 후신이다. 지난해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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