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째 순매도 13兆…외국인 한국에 언제 오려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달 째 국내 증시 매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나서 시장 부양책은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외국인 자금 유입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12조5541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단 하루(3월4일)를 제외하고 전 거래일 매도다. 이달에도 1조원 넘게 물량을 쏟아내면서 증시 약세를 이끌고 있다. 이번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은 지난해 12월 5일 세운 21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4개월 만에 최장 기록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4% 가까이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실물경기 타격이 본격화되자 전세계 주요국에서 천문학적인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의 행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순매도의 원인으로 글로벌 유가 변동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이었던 국제유가 변동성에 따라 외국인들의 투심이 좌지우지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동안 저유가로 인한 자금 경색 우려가 심화되면서 현금 유동성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0.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에는 배럴당 20.09달러까지 떨어지며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국제유가가 20달러선으로 내려오면서 원자재 수출 신흥국발(發) 크레딧 리스크가 번지고 있는 셈이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4~2015년에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이 기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의 중동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이는 자국의 재정지출을 위한 국부펀드에서 자금 유출로 해석되는데 최근 외국인 매도는 2014년과 비슷한 형태일 가능성 높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사례로 에너지 노출도가 높은 노르웨이 또한 당시 국내 주식을 순매도에 나선 바 있다. 현재 중동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은 약 14조원이며, 노르웨이 자금 역시 14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중동계 자금 등 유가에 민감한 외국인 보유 규모가 축소되면서 이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동계 자금이 보유한 우리나라 주식 규모는 2015년 당시 9.6% 수준이었으나 이후 순매도를 이어오면서 현재 5%대로 줄었다"며 "유가하락에 따른 중동계 자금의 자산 회수가 있더라도 그에 따른 충격은 예전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외국인의 현물 순매도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코스피 약세를 보이는 구간에서 코스피200 선물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백워데이션(Back-wardation·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비싸지는 것)으로 인한 현물 매도와 선물 매수 차익거래가 발생하며 3월 주식 시장에선 외국인이 순매도를 지속했다는 설명이다.

염 연구원은 "실제로 3월 중순 이후 베이시스 역전 폭이 커져 외국인은 현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흐름을 확인했다"며 "현선물 백워데이션이 콘탱고(Contango·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비싸지는 것)로 돌아설 때까지 대형주·대표주 위주의 외국인 매도는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라아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20달러대로 폭락한 유가 하방경직성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WTI는 전 거래일 대비 5달러(24.7%) 폭등한 배럴당 25.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