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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제발 학교라도 보내주세요"...'온라인 개학'이 두려운 발달장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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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가고 싶어요. 언제 가요?"

지난달 31일 아침, 자폐성 장애 2급인 초등학교 5학년 진우(가명)는 일어나자마자 학교에 가고싶다고 했다. 진우는 일반 초등학교 내 통합학급을 다녔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면서 한 달 넘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다니던 복지센터도 문을 닫았고, 시간당 8만원까지 하는 치료실 수업은 당장 가기 어렵다.

이날이 3월의 마지막 날인걸 아는지 진우는 주방에 걸린 달력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양치 하면서도 내내 학교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어머니 양모(45)씨는 이날 개학연기 발표가 날거란 사실을 차마 아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양씨는 "하루하루가 주체할 수 없이 길다"며 "집에서 책을 읽어주고, 같이 놀아주고, 가끔 산책도 나가지만 결국 학교를 통해 만들었던 '루틴(routine·습관)'이 깨져서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전국의 학생 600만명이 학교를 가지 못한 채 사상 초유 '온라인 개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중 특히 발달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가 우려되고 있다. 발달장애 학생의 부모들은 이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 준비가 미비한 상태임을 강조하며 일부는 차라리 학교에 나가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비즈

코로나19 여파로 교육부가 내달 9일부터 고3·중3 학생들을 시작으로 단계적 원격수업을 토대로 한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31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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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兒 학부모 '온라인 개학' 두려워…"학교 가게 해달라"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이 교육에서 소외됐다며 하소연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최수아 최수아통합발달센터 원장은 "등하교라는 안정적인 일상 패턴이 깨지다보니 아이들이 흥분을 하고 꼬집거나 자해를 하는 등 문제 행동을 많이 보이고 있다"며 "에너지를 풀 곳이 없어 자폐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발달장애란 출생과 성장기에 뇌 발달에 문제가 생겨 언어, 인지, 운동, 사회성 등의 성장속도가 또래에 비해 느린 상태를 모두 지칭한다.

2019년 교육부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9만2958명 중 지적장애, 정서행동장애, 자폐성장애, 학습장애, 발달지체를 가진 7만3629명이 바로 발달장애 학생이다.

교육부는 일반학교 개학일정에 맞춰 특수학교 역시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은 오는 9일 온라인 개학을 하겠다고 밝혔다. 발달장애 학생을 포함한 특수교육대상 나머지 학년의 온라인 개학 역시 일반학교와 동일하게 △고등학교와 중학교 저학년 이달 16일 △초등학교 저학년 이달 20일이다.

그러나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일 성명서를 통해 온라인 개학 철회를 요구했다. 단체측은 "발달장애학생은 장애 정도가 학생마다 다르며 이에 맞는 다양한 (교육) 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특수학교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이 아닌 자율적 등원을 허락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300여명의 공감을 얻었다. 청원글 작성자는 "계속되는 개학 연기로 인해 다른 학부모들도 힘들겠지만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삶은 현재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고 썼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한모(39)씨는 "갑자기 전자기기로 수업을 한다면 우리 아이는 적응을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아동은 비장애 아동보다 새로운 자극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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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전 광주 북구청 민원실 대기 의자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띄어 앉기를 유도하는 안내문과 인형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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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전문가 "감염 우려로 통학은 어려워...보완 제도 마련이 우선"
교육부와 전문가들은 발달장애학생 및 학부모가 놓인 상황에는 공감하지만 코로나 감염 우려로 인해 통학 허가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장애학생들은 면역력이 약하고 자기방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특히 중증장애 학생들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도 많아 코로나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등교를 막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도 교육부의 입장을 지지하며 "일각에서는 발달장애학생 수가 적으니 이들만 등교해도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거라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 학생들은 교사와의 일대일 접촉이 잦아 코로나에 더 취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온라인 커리큘럼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온라인교육 컨텐츠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순회교육을 실시하던 교사 인원을 확충해 최대한 많은 발달장애 학생이 온라인 수업 시 옆에서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온라인 학습을 경험해보지 못한 발달장애 학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줄 보조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순회교육이란 등교가 불가능한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교사가 가정 및 시설을 직접 방문해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특수교육원 내 장애학습 온라인학습방에 시도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전문가들이 교과별로 장애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시각장애 학생에게는 점자 혹은 녹음 파일을 제공하는 등 장애 유형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한 교육부는 기존 순회교육 대상자를 한시적으로 확대한 '방문교육'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육부는 "현재 당장 인원충원은 어려우나 현장에 있는 특수교육 교사와 보조교사 인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현재 각 학교를 통해 방문교육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빈 기자(seetheunseen@chosunbiz.com);이소연 기자(soso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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